올해는 장마가 길다. 중부지방은 다음 주가 지나야 끝난다는 예보다. 8월 초순까지도 장맛비가 오락가락할 모양이다.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비 멈춘 날, 백마산에 올랐다. 산행 장비를 꾸린 건 오랜만이다. 작년 10월이 마지막이었으니 아홉 달이 넘었다. 지금은 발바닥 통증이 많이 가라앉아서 가벼운 산행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습도 높은 눅눅한 날씨 때문에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수건 두 개가 금방 축축해졌다. 산 입구에서는 산모기가 떼로 달려들더니 다행히 산속에 들어가니 덜해졌다. 산모기를 쉼 없이 괴롭히는 잡념과 망상으로 해석한다면, 산에 오르는 과정을 깨달음의 길로 비유해도 괜찮겠다. 번뇌의 바탕은 탐욕과 시기다. 높이 올라가면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지상의 집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어쩌다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