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히말라야 랑탕을 걷는다. 코로나 시대라 몸이 직접 가는 게 아닌 랜선 트레킹이다. 인간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현실 같은 상상은 실제 경험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보다 경제적인 여행법이 없다. 12년 전 12명의 트레커와 걸은 코스를 함께 다시 걷기로 한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복도에서 장 대장이 물었다. “안 선생, 히말라야 갈 생각 있어?” 내 대답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왔다. “좋아!” 나는 이리 굴리고 저리 따져보는 햄릿형이지만 이때는 아니었다. 오랫동안 히말라야가 내 버킷 리스트 1순위였기 때문이다. 때맞은 줄탁동시(啐啄同時)였다. 전부터 장 대장에게 히말라야에는 꼭 가고 싶다고 말해두었던 터였다. 딱히 이유는 모르지만 히말라야는 나에게 이상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