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근심이 비행기에 오르니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래 ‘케세라 세라’, 될 대로 되라지 뭐. 여행을 떠나는 맛이 본래 이런 것이다. 집을 떠날 때의 돌연한 기분 전환 즉,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향해 가는 기대와 설렘이다. 비행기 안에서 화장실에 가는데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띈다. 중학교 동기 친구다. “야, 이게 누구로? 니 어데 가노?” 동향 사람을 만나면 사투리가 나도 모르게 터진다. 사투리는 정서적 친밀감을 주지만 과잉 수용하면 독이 되는 걸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로까지 나가면 곤란하다(이 친구 SNS에 들어갔다가 광화문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봤다. 뒷날 일이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포카라에 열흘 정도 쉬러 간단다. 옆에는 부인이 앉아 있다. 이 친구는 안나푸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