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와 사흘을 함께 있다가 왔다. 겨울이 되니 농사일이 없어 낮에는 마을회관에 나가서 소일하신다. 점심과 저녁 식사는 거기서 친구들과 같이 지어들고 노신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걸 보니 걱정 한 자락이 줄어들었다. 이튿날 낮에는 어머니는 회관에 가시고 나는 구들장이 뜨끈한 방에서 허리를 지지면서 책 보다가 공상을 즐기다가 오랜만에 고향의 한가함을 즐겼다. 옆집 친구를 찾아가기 아까울 정도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여자들이 친정에 찾아가면 마음이 풀리고 꼼짝하기 싫다더니 내가 꼭 그랬다. 곧 설날이 다가오는데 앞으로 명절은 따로 지내야겠다고 어렵게 말씀드렸다. 도로의 정체를 견디며 내려가기도 이젠 힘에 벅차다. 같이 모인들 냉랭한 분위기 탓도 있다. 어머니는 한갓질 때 찾아뵙는 게 낫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