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70년대에 군 복무를 했다. 그때 우리 부대의 구호는 '필승'이었다. 3년 동안 얼마나 '필승'을 외쳤던지 지금도 머리에 손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튀어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멸공'은 익숙하지 않다. 휴전선이 가까운 전방 부대에 갔을 때 '멸공'이라는 구호를 듣고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철책선이 지척이라 살벌한 기운이 후방과는 달랐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나 공산주의자를 박멸한다는 뜻이다. 반공(反共)과는 어감이 다르다.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것과 없애야 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멸공에는 진한 화약 냄새가 풍긴다. 50년 전 군대에 있을 때도 어색했던 '멸공'인데, 최근에 생뚱맞게 되살아났다. 신세계 그룹 부회장인 정용진이 SNS에 '멸공'을 올리니, 대선 후보인 윤석열이 다음날 이마트에서 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