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고 짜증이 이는 날이 있다. 이런 때는 밖에 나가 걸음을 하는 것이 특효약이다. 걷는다는 단조로운 몸의 움직임이 얽힌 마음을 풀어준다. 어제도 그랬다. 방에 가만있다가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화에 잡아먹힐 것 같았다. 미세먼지가 빨간색으로 경고를 했지만 밖으로 나섰다. 걸으면서 서로 다른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하나는 말한다. 뭐 그런 칠칠치 못한 놈들이 있냐구. 넌 참 운도 없구나. 네가 화낼만하다니까. 다른 하나는 말한다. 잘 봐, 그런 게 아니잖아. 화가 어디에서 온 거니. 원인을 밖에서 찾으면 답이 없다고. 둘이서 실컷 싸우게 놔둔다. 얼마 지나면 자연스레 한 목소리가 사그라든다. 또한 내 안의 어린아이도 보인다. 내 의식의 심층부에는 아직 미성숙한 어린아이가 있어 내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