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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촌리 느티나무(5)

동네를 지나며 느티나무 주위를 어슬렁대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요사이 시골 풍경이다. 특히 겨울에는 전부 집에서 테레비만 벗하는 것 같다. 옛날에는 아무리 추워도 동네 골목과 얼음이 언 논에는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지금은 적막강산이 되어 버렸다. 이 마을에서나 저 마을에서나 몰락의 징후를 읽지만 이 또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진통이 아닌가도 여겨진다. 단촌리 느티나무는 고향에 있는 천연기념물 나무다. 700년의 세월 동안 인간의 흥망성쇄를 지켜보고 있다. 이 거목 앞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어진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했다. 인간의 얄팍한 헤아림부터 벗어놓아야 할 일이 아닌가.

천년의나무 2023.01.28

고향의 저녁

지난주에 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설을 쇠고 다시 고향에 모셔다 드렸다. 어머니가 목감기가 걸리신 데다 날씨가 추워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온전히 집안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었던 여드레였다. 노쇠한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여러 복합적인 감정의 진폭이 컸다. 불효에 대한 죄스러움과 함께 해가 다르게 달라지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슬픔과 안타까움이 겹쳤다. 누구나 살고, 늙고, 병들고, 죽지만 내 부모가 되면 그런 과정이 당연하거나 무심할 수 없다. 무자비한 세월이 주는 인생의 쓸쓸함과 허무가 너무나 짙었다. 파스칼은 말했다. "세월 앞에서 인간사라는 것은 생의 본질적 비참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동시에 피붙이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이 곁들어 따라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다행히 이틀 동안은 손주가 있어서 시름을 잊고 웃을 수..

사진속일상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