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불알풀 11

집 앞에서 만난 올해 첫 봄꽃

시내에 나가 이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서 올해 첫 봄꽃을 만났다. 길 옆 양지바른 곳에 개불알풀꽃 여남은 송이가 피어 있었다. 아직 때가 이른 탓인지 낮은 기온에 잔뜩 지실이 든 모습이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오늘이다. 잔뜩 찌푸린 채 간간이 가는 비도 뿌리는 날씨다. 강원도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다. 남부 지방에서는 예년보다 이른 꽃소식이 들리지만 여기는 아직 봄을 체감하기에는 빠르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지나면 팝콘 터지듯 봄꽃들이 팡팡 피어날 것이다. 생명이 약동하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이 세상에 나와서 일흔 번 넘게 봄을 맞고 있다.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를 먹을수록 봄의 감흥이 애틋한 쪽으로 기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봄을 더 볼 수..

사진속일상 2024.03.05

우리 동네에도 찾아온 봄

멀리서 전해오는 꽃소식만 들었는데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봄이 찾아왔다. 여기는 서울보다 위도가 낮지만 기온은 이삼 도 정도 낮은 지역이다. 봄이 늦게 찾아온다. 며칠 만에 밖에 나섰더니 집 주변은 꽃들로 환하다. 언제 이렇게 폭발하듯 나타났는지 신기하다. 봄까치꽃, 제비꽃, 산수유, 매화, 민들레를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만났다. 봄까치꽃의 원래 이름은 개불알풀이다. 이름이 민망하다고 봄까치꽃으로 부른다. 전해지는 이름에는 나름의 이유와 정서가 녹아 있는데 쉽게 바꾸는 데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불알풀은 일본명을 직역한 것이라 변경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시냇가에 앉아서 다리도 쉬고 ..

꽃들의향기 2021.03.14

경안천 개불알풀

봄이 오면 경안천변은 개불알풀 꽃밭으로 변한다. 올해도 어김이 없다. 작년에 산책로가 시멘트로 덮이는 공사가 있어 염려되었으나 생명의 힘은 어찌할 수 없다. 연약해 보이는 풀이지만 실은 제일 힘이 세다. 꽃은 산책로를 따라 300m 정도 되는 구간에 만개해 있다. 같은 길이지만 다른 데서는 드문드문 보이는데 유독 이곳에서만 옹기종기 모여 산다. 끼리끼리 마을을 이루고 사는 것은 사람이나 풀이나 비슷한가 보다. 개불알풀꽃은 가까이서 보면 앙증맞게 귀엽고, 떨어져서 보면 지상에 피어난 별처럼 반짝인다. "나 여기 있어요", "날 한 번 봐주세요", 라고 딸랑거리며 부르지만, 사람들은 부지런히 걷기에 바쁘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시끄러워도 봄은 오고 꽃은 핀다.

꽃들의향기 2020.02.28

1월의 개불알풀

전주천을 걷다가 개불알풀을 만났다. 일찍 피는 꽃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1월에 보는 느낌이 기이했다. 꽃 상태로 볼 때 이미 한참 전부터 피어 있었던 게 분명하다. 추위가 사라진 겨울에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게 식물이다. 보통 2월 중순에 피는 홍릉의 복수초는 1월 중순에 피었다는 전갈을 받았다.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빨리 핀 것이다. 올겨울이 특이하긴 하다. 사람이 체감할 정도면 기온에 더 예민한 식물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뜻한 겨울이라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더 뜨거워진 여름을 견뎌야 하는 반대급부가 따른다. 해충의 발생 빈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번 겨울에 유행을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온난화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급격한 기후 변화가 사람 심리에 미치는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

꽃들의향기 2020.02.01

한강변의 봄꽃

늘 보는 꽃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꽃이다. 꽃은 아침에 보는 얼굴이 다르고,저녁에 보는 얼굴이 다르다. 같은 때라도 날씨에 따라서도 표정이 변한다. 또 같은 조건이라도 내 마음에 따라 꽃은 생글생글 미소짓기도 하고, 큰 소리로 파안대소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찡그리는 꽃을 보지는 못했다. 슬퍼하고 우는 꽃을 보지는 못했다. 꽃이라고 어찌 슬픔이나 눈물이 없으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들은 상처자리 하나하나마다에 예쁜 꽃을 피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꽃은 아름답다. 한강과 안양천변을 산책하다가 눈에 띄는대로 봄꽃을 카메라에 담았다.

꽃들의향기 2010.05.04

개불알풀

봄꽃하면 떠오르는 꽃들은어떤 게있을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겠지만 내 봄꽃 목록 중에는 개불알풀이 항상 앞쪽에 들어 있다. 이른 봄이면 길섶이나 밭둑 같은 데서 개불알풀이 먼저 피어나 봄소식을 알린다. 노루귀나 복수초는 산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지만 개불알풀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가깝고 다정한 꽃이다. 하늘색 꽃잎의 큰개불알풀에 비해 개불알풀은 분홍색으로 작고 귀엽다. 그런데 자세히 바라보지 않으면 꽃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부끄러움을 타는지 자꾸 숨으려는 것 같다. 열매 모양에서 '개불알'이라는 이름이 연유되었다는데 요사이는 봄까치꽃으로 바꾸어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개불알이라는 이름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한자로는 지금(地錦)이라고 하는데, 말..

꽃들의향기 2010.04.02

선개불알풀

며칠 전 한강에 나갔을 때이 꽃을 만났다. 꽃의 모양은 개불알풀인데 꽃이 수직으로 선 줄기를 따라 피어 있는 게 특이했다. 집에 와 도감을 찾아보니 선개불알풀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꽃의 이름에 '불알'이라는 말이 들어 있어 듣기나 부르기에 민망하다며 다른 이름을 쓰자고 한다. 그러나 꽃에 꼭 예쁜 이름이 붙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선개불알풀은 이름이 특이해서 도리어 정겹고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다. 이 풀은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강 둔치에서 자연 상태로 자랄 수 있는 것은 다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꽃들의향기 2009.05.03

큰개불알풀(2)

어느 해에는 1월달에 고창 들녘에서 큰개불알풀이 밭에 가득핀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꽃이 작아서 신경을 쓰지 않으면 꽃이 피었는지도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지만,군청색의 큰개불알풀이 오밀조밀 피어있는 모습은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것 같이 아름답다. 봄이 되면 매화나 산수유, 벚꽃 구경을 가는 인파로 길이 막히지만 사람 없는 조용한 들녘에 피어있는 큰개불알풀을 만나는 기쁨도 나에게는 그에 못지 않다. 그런데 개불알풀이나 큰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은 꽃이 지고난 뒤 달리는 열매가 개불알을 닮아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그 열매를 직접 보지는 못하고 사진으로만 보았지만그 열매의 생긴 모양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쌍방울의 생김새하며 둘레에 송송 털이 난 모양까지 강아지의 그것과 쏙 빼닮..

꽃들의향기 2007.03.17

큰개불알풀

이름이 재미있는 이 꽃은 이른 봄에 피어나는데 군락을 지어 살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꽃의 크기는 아주 작은데 무더기로 모여서 피면 화사한 봄 분위기를 잘 자아낸다. 가까이 가서 바라보면 통통 튀는 명랑함도 느껴진다. 가만히 '개불알풀' 하고 불러보면 절로 미소가 도는 귀여운 봄꽃이다. 몇해 전 이맘때 선운사에 갔더니 절 앞 밭에 이 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한 개면 겨우 보일듯 말듯한 꽃이 무리를 지어서 피어있으니 그것도 장관이었다. 카메라를 꺼냈지만 꽃이 너무나 많아서 허둥대기만 했었다. 선운사는 나에게 절 보다도 주변의 풍광이 훨씬 좋다. 언제 가도 야생화들이 반겨주기 때문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어 맘에 든다. 다음 주말에는 선운사에 다..

꽃들의향기 2005.03.16

올들어 처음 만난 꽃

남녘 지방에 내려갔다가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다. 작은 농촌 마을 앞 밭둑에 개불알풀꽃 무리가 환하게 피어서 반겨주었기 때문이다. 개불알풀은 이른 봄에 꽃이 피는데 자줏빛이 나는 작은 꽃잎이 무척 귀엽고 예쁘다. 이렇게 한겨울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모습은 나에게는 이색적이다. 눈이라도 내렸다면 더욱 색다른 풍경이 되었을 텐데 하고 욕심을 부려본다. 하여튼 올해에 자연 상태에서 만나는 첫 꽃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이 귀여운 꽃 이름이 왜 하필 개불알풀일까 하고 궁금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꽃이 지고나서 맺히는 열매 두 개의 모양이 개불알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이름을 지은 사람의 짖궂은 장난끼가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봄까치꽃으로 부르자고도 한다. 예부터 그런 이름으로도 불린 모양..

꽃들의향기 2005.01.30

올들어 처음 만난 꽃

올해 들어서 처음 만난 꽃이다. 어제 친척 장례식으로 고창에 내려갔을 때 산소 아래쪽의 양지바른 밭둑에 이 꽃이 피어 있었다. 개불알풀. 겨울의 막바지에서 봄날처럼 날씨가 따스하더니 때 이르게 잎을 내고 꽃을 피웠는가 보다. 그래도 아침 저녁의 싸늘한 냉기에 꽃잎은 활짝 피지 못하고 약간 웅크러든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죽은 이를 땅에 묻는데 바로 옆에서는 이렇게 새 생명이 태어난다. 이것이 탄생과 소멸을 되풀이하며 늘 새롭게 되는 대자연의 원리이리라.

꽃들의향기 200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