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3

우수 / 나종영

선암사 해천당 옆에 수백 년 묵은 뒷간 하나 있습니다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문 틈새 이마 위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목어(木魚) 흔들어 깨우고 가는 청솔 바람소리 보입니다 부스럭 부스럭 누군가 밑 닦는 소리 들리는데 눈 맑은 동박새가 매화 등걸 우듬지에 앉아 두리번 두리번 뭐라고 짖어댑니다 천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새로운 천년이 무섭게 밀려오는지 그 울음소리 대숲 하늘 한 폭 찢어놓고 앞산머리 훠이 날아갑니다 하릴없이 대나무 대롱 끝에 입술을 대고 한 모금 찬물을 삼키다가 옳거니 매화꽃 봉오리 움트는 소리 겨울 산그늘 얼음꽃 깨치고 봄 햇살 걸어오는 것 보았습니다 - 우수(雨水) / 나종영 봄은 언제 시작하는 걸까. 문자대로라면 입춘(立春)이 봄의 시작일 텐데 우리나라에서 2월 초순은 봄이라기에..

시읽는기쁨 2022.02.20

1 년

산동네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아파트, 그중에서도 꼭대기 층에 살다보니 전망 하나는 끝내준다. 앞으로는 관악산과마주하는데 다른 건물들은 모두 눈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뒤로는 남산과 눈높이를 같이 하면서 작은 산과 한강을 굽어보는 것이 거의 비행기에 탄 기분이다.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이런 호쾌한 조망 때문에 다른 건 보지도 않고 계약을 했다. 지난 1 년 동안 집 뒤로 보이는풍경을시간나는 대로 찍어 보았다. 같은 풍경을 계속 찍어보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밖에 나가야 했다면 1 년간 끈기있게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집에서 손쉽게 찍을 수 있었으니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작년 5 월부터 올 4 월까지 찍은 사진들이다. 2009. 5. 8. 07:12 2009...

사진속일상 201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