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을 본 지는 꽤 되었다.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는 게 목적이었는지 섬뜩한 장면들이 뒤엉켜 그때는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지금도 비슷하다. 거북한 장면을 배격하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헤아려보려 해도 잘 잡히지 않는다. 두 대사가 기억에 남아 있다. 하나는 다그치는 아빠에게 효진이 한 말이다. "뭣이 중헌디?" 이 절규는 당시 상황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도 모른 채 헛다리를 짚으며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분노인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무당으로 나오는 황정민의 말이다. 왜 내 딸에게 이런 비극이 일어나느냐는 곽도원의 질문에, 희생자가 되는 건 고기가 미끼를 무는 것과 같다는 대답이다. 악의 세력은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가 걸리기를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