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광야 / 이육사 어느 정치인이 "광야에 나가 죽어도 좋다"며 호기롭게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광야란 무엇일까. 광야라고 하면 육사의 광야나 예수의 광야가 우선 떠오른다. 이 정도 우주적 스케일이거나 실존적 체험의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쉬이 내뱉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그는 나름대로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나 정치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