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에 호롱불 여위어가며서글픈 옛 자췬양 흰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싸늘한 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 설야(雪夜) / 김광균 이 시도 나의 애송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언어적 리듬감이 살아있어 낭송하기에 좋다. 한 번 외우기 시작하면 부드러운 파도를 타는 듯 자연스레 술술 연결된다. 마지막 연의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는 음악적 리듬감의 극치이다. 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