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레 달이 힘겹게 산기슭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사랑도 나를 가득하게 하지 못하여 고통과 결핍으로 충만하던 때 나는 쫓기듯 땅끝 작은 절에 짐을 부렸습니다 세심당 마루 끝 방문을 열면 그 안에 가득하던 나무기둥 냄새 창호지 냄새, 다 타버린 향 냄새 흙벽에 기댄 몸은 살붙이처럼 아랫배 깊숙이 그 냄새들을 보듬었습니다 열이레 달이 힘겹게 산기슭을 오르고 있었고 잃어버린 사람들을 그리며 나는 아물지 못한 상실감으로 한 시절을 오래, 휘청였습니다 .....색즉시고옹공즉시새액수사앙행식역부우여시이사리자아아시이제법공상불생불며얼..... 불생불멸.... 불생불멸.... 불생불멸..... 꽃살문 너머 반야심경이 물결처럼 출렁이면 나는 언제나 이 대목에서 목이 메곤 하였는데 그리운 이의 한 생애가 잠시 내 손등에 앉았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