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고창 6

하련리 느티나무

하련리는 전북 고창군 해리면사무소가 있는 마을이다. 하련리에서 청용산을 지나 선운사로 연결되는 옛길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을 뒤 산자락을 살폈으나 길을 찾지는 못했다. 길 흔적은 보였으나 사람 발길이 끊어진 탓인지 풀만 무성해서 들어설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 느티나무는 하련리의 당산나무다. 정월 대보름이면 한 해의 액운을 물리쳐 줍시사고 이 나무에 기도했다고 한다. 여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그런 전통도 다 사라졌을 것이다. 수령은 300여 년이 되었고, 키는 20m, 줄기 둘레는 3.6m다.

천년의나무 2013.10.21

무장읍성 팽나무

전북 고창에 있는 무장읍성은 조선 태종 17년(1417)에 축조한 성이다. 왜구 침략에 대비하여 세운 성인데 둘레가 약 1.4 km에 이른다. 현재 객사를 비롯한 옛 건물이 몇 채 남아있는데 지금은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바로 이곳이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을 때 농민군이 맨 처음 입성한 현장이라고 한다. 읍성 안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것이 이 팽나무다. 줄기 모양으로 보았을 때 족히 500년은 되어 보인다. 마침 이 팽나무 옆에는 옛날 관리들의 송덕비가 길게 늘어서 있어 세월과 인간사의 무상함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인간은 죽어서도 무언가 흔적을 남기려 하지만 채 백년이 지나지 않아 오든 게 잊혀질 뿐이다. 더구나 그것이 부끄러운 기념물이 될 줄 그 누가 ..

천년의나무 2010.04.09

도솔암 마애석불 소나무

고창 선운산 도솔암에 있는 마애석불 앞에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반송의 한 종류로 미끈하게 큰 키가 눈길을 끄는데 자세히 보면 나무가 많이 상해 있다. 줄기 두 개는 중간에서 꺾여졌고 나무 크기에 비해 솔잎도 초라하다. 나무의 생육조건이 좋을 법하건만 왠일인지 상채기 투성이다. 그 사연을 모르는 나그네로서는 마애석불에 얽힌 옛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마애석불의배꼽에는 검단(黔丹) 스님이 쓴 비결록을 넣었다는 감실이있다. 조선말에 전라도 관찰사였던 이서구가 감실을 열자 갑자기 풍우와 뇌성이 일어 그대로 닫았는데 책 첫머리에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본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그런데 동학농민전쟁 당시 동학의 주도세력들이 미륵의 출현을기다리는 민심을 모으기 위해 이 비결을 꺼내가는 사..

천년의나무 2009.04.29

삼인리 장사송

고창 선운사에서 도솔암으로 올라가는 길에 이 소나무가 있다. 바로 옆에는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眞興窟)이 있는데, 장사송(長沙松)이란 이름은 옛날 이곳 지명이 장사현(長沙縣)이어서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10여 년 전에 보고 다시 만난 장사송은 역시 그 모습이 빼어났다. 단아하고 고고한 품격이 마치 한 마리 학이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말이 이 나무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또는 고려청자의 날렵하면서도 은은한 고전적 미라고 할까, 아무리 바라보아도 절로 찬탄이 나오는 아름다운 나무였다. 나무 앞 정자에 앉아 있으려니 지나는 사람마다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천연기념물 354 호인 장사송은 반송의 일종으로 수령은 600 년 정도로 추산한다.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소나무 중에..

천년의나무 2009.04.24

삼인리 팽나무

남부 지방에서는 흔하게 본다는 팽나무를 중부 지방에서는 만나기 어렵다. 주위에서 잘 보지 못하니 팽나무가 눈에 익지 않다. 팽나무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남쪽 지방에서는 해안가의 방풍림으로도 심고,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의 당산나무로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보호수로 지정된 것만 500여 그루라고 하니 은행나무, 느티나무와 함께 사랑 받고 있는 우리의 나무라 할 수 있다. 팽나무라는 특이한 이름은 바닷가에 심었다는 의미의 포구나무에서 유래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포구나무 또는 폭나무로도 불린다는데, 그 이름이 뒤에 팽나무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고창 선운사 입구에 있는 삼인리 팽나무는 수령이 약 300년이고, 현재 고창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줄기의 둘레가 4.5m에 이르는데, 몸통에서..

천년의나무 2007.10.20

삼인리 송악

송악에서는 삶의 처절함과 지난함이 느껴진다. 송악은 바위나 나무를 타고 오르는데 마치 밧줄 같은 줄기가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는 모습은 처절한 생존경쟁의 현장 그대로이다. 특히 송악이 다른 나무를 감고 있을 때 그것은 서로간에 죽이느냐 죽느냐의 절박한 상황을 연출한다. 이때 송악은 짖궂은 심술꾸러기 같다.그리고 바위를 타고 오르는 송악 줄기는 바위 색깔 그대로를 닮았다. 그래서 나무가 아니라 바위의 한 부분으로 보인다. 송악은너무나 바위를 사모해서 아주 바위에 딱 달라붙었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있는 것도 내 눈에는 무척 힘들어 보인다. 송악은 엄청난 욕심꾸러기다. 선운사 입구에 있는 이 삼인리 송악은 우리나라에 있는 송악 중에서 가장 크다. 줄기 둘레가 80cm에 이르고, 높이는 15m나 된다. 여기..

천년의나무 2007.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