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김제 5

귀신사 느티나무

절 이름이 귀신사? 처음 들으면 고개가 갸웃할 것이다. 그러나 한자로는 '돌아올 귀'[歸]에 '믿을 신'[信]을 쓴다. 믿음으로 돌아오는 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름이다.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창건된 유서 깊은 절이다. 전북 김제에 있다. 귀신사를 처음 찾았던 것은 10여 년 전이었다. 그때 절 뒤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 삼형제가 인상적이었다. 그 느티나무를 보러 이번에 다시 들렀다. 귀신사로 들어가는길은 전에 비해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 경내도 훨씬 더 단정해졌다. 그러나 느티나무만은 여전히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나무는 수령이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눈대중으로 볼 때 100년 남짓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이곳이 귀신사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3층석탑과 느..

천년의나무 2011.01.04

금산사 산사나무

전북 김제에 있는 금산사(金山寺) 미륵전(彌勒殿) 앞에 오래된 산사나무가 있다. 둘로 갈라진 줄기가 대부분은 썩어 없어졌고 일부 껍질만 남았다. 겉모양으로만 보면 살아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봄이면 하얀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붉은 열매를 맺는다.그런 모습을 보며 꺼지지 않는 생명력에 사람들은 신기해 한다. 산사(山査)나무는 한자 이름을 풀이하면 '산 속의 아침[旦] 나무[木]'라는 뜻이다. 붉은 열매가 달린 것이 나무 사이로 해가 뜨는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열매를 산사자(山査子)라 하는데 한약재로 쓰인다. 이 열매로 담근 술이 산사춘이다. 나무에는 가시가 있는데 옛날 사람들은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

천년의나무 2010.12.30

망해사 팽나무

전북 김제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담한 절이 있다. 망해사(望海寺)다. 망해사는 신라 문무왕 11년(671)에 부설거사(浮雪居士)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기록에 의하면 그때의 절은 땅이 무너져 바다에 잠겨버렸고, 선조 22년(1589)에 진묵선사(震默禪師)가 낙서전(樂西殿)을 지으면서 재건시켰다고 한다. 지금 낙서전 앞에 있는 팽나무 두 그루는 건물의 준공 기념으로 진묵선사가 직접 심은 것이다. 400년이 넘은 나무다. 망해사는 소박하면서 정갈한 절이다. 절이 앉아 있는 산도 작고 집도 작다. 한옥을 닮은 작은 집 네 채가 겸손하게 앉아 있다. 부처를 따르는 마음이 이래야 한다는 듯 절 자체가 말 없는 설법이다. 망해사에 들면 마음이 따스하고 편안해진다.낙서전(樂西殿), 청조헌(聽潮軒)같은 이름도 정겹다..

천년의나무 2010.10.12

행촌리 느티나무

이 나무는 종덕리 왕버들과 이웃한 마을에 있다. 행정구역 명칭으로는 행촌리이지만 마을 사람은 동령리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무로 찾아가는 입구에 서있는 안내판에도 동령리 느티나무라고 적혀 있다. 이 느티나무는 크기가 다른 것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울퉁불퉁한 나무 줄기가 굵고 우람하다. 마치 힘 좋은 황소를 보는 것 같다. 옆에 우사(牛舍)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목이 느티나무인데 그 생김새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오랜 삶의 연륜에서 풍기는 무게가 있다. 지금은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이 정도까지 생존하자면 수 많은 난관을 헤쳐나왔을 것이다. 나무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천연기념물 제 280 호 전북 김제시 봉남면..

천년의나무 2005.10.13

종덕리 왕버들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은 물을 좋아한다. 호숫가나 물이 많은 개울가에서 잘 자라는데 어떤 나무는 물 속에서 크기도 한다. 왕버들은 이름 그대로 버드나무 중에서도 가장 크게 자라고 오래 사는 나무이다. 주산지에 가면 호수 주변에서오래된 왕버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 왕버들 한 그루를 보러 김제에 들어서니 너른 평야지대여서 시야가 확 트인다. 지나간 지평선축제를 알리는 안내 깃발도 보인다. 봉남면 종덕리라는 마을은 너른 들판 가운데에 있다. 마을이라면 의례 뒤에 야산을 등지고 있는 풍경에 익숙한데 이런 모습은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왕버들은 마을에 이웃한 앞쪽에 당당하게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왕버들이라고 한다. 바로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아마 이 물이 나무를..

천년의나무 200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