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 전에 마을로 찾아온 꽃장사한테서 풍란 세 촉을 샀다. 수반에 숯을 놓고 이끼를 깔고 풍란을 얹어 주었다. 잎과 뿌리의 생김새만으로도 보기에 좋았다. 늘 촉촉하게 유지되도록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는 재미도 괜찮았다. 언제쯤 꽃이 필까 기다렸는데 드디어 올여름에 꽃대를 밀더니 드디어 하얀 꽃이 나왔다. 우아하면서 날렵한 맵시에 은은한 향기가 풍란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다. 옛날에는 전라도 남쪽 지방에서 많이 자라던 것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멸종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손을 탔기 때문이다. 야생의 후손들이 지금은 집안에 갇혀 관상용이 되었다. 고향으로 가고 싶어하는 염원이 흰 꽃으로 피어난 듯 애처롭다. 내 그늘에 가두고 차지한 이 풍란은 풍란이 아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