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두 달 전부터 소화가 잘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한 게 이상 신호가 왔다. 음식을 마음대로 못 먹고 술과 커피도 못 하니 사는 재미가 반감되었다. 그래서 이참에 겸하여 대장까지 체크해 보기로 했다. 소화기관이 자주 탈 나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게 두려웠다. 이때껏 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은 건강에 대한 자신보다는 큰 병이 드러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컸다. 혹 악성종양이 있다고 하면 어쩌지? 시한부 삶을 선고받으면? 최악의 상황에 대해 혼자 상상하며 사뭇 심각해지기도 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산골로 잠적해야지, 낭만적으로 죽음을 맞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제발 고통 없이 갈 수 있다면, 아이들도 다 컸고 아내도 먹고 살 만큼은 되니 남은 가족에게 덜 미안해서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