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6

구슬갓냉이

작년에 단임골에서는 산괴불주머니 꽃밭을 구경했는데 올해는 구슬갓냉이 노란 꽃을 실컷 보았다. 한 달 차이가 나니 꽃의 종류도 완연히 달라졌다. 구슬갓냉이는 이맘 때쯤 산이나 들에서 만날 수 있다. 줄기는 60cm까지 자라고 냉이의 특징대로 작은 꽃이 다닥다닥 핀다. 특히 물가를 좋아해서 냇가를 따라 구슬갓냉이가 피어 있으면 마치 노란색 물감을 들인 것 같다. 늦봄과 초여름의 정취를 돋워주는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3.06.01

겨울 냉이 / 고명수

폭풍한설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냉이는 자란다 낙엽과 지푸라기 아래 숨어 봄을 기다리는 냉이, 행여 들킬세라 등 돌리고 있는 냉이를 더듬더듬 찾아내어 검불을 뜯어낸다 봄 내음이 나는 냉이국을 먹으며 낙엽과 지푸라기 속에서도 목숨을 지켜 마침내 싹을 틔워낸 냉이를 생각한다 가파른 삶의 벼랑 위를 조심조심 걸으며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냉이를 보라 서슬 푸른 정신으로 살아야 하리라 서슬 푸른 눈으로 살아야 하리라 겨울 냉이가 자신을 이기듯이 몰래 숨어 자란 냉이가 온몸을 우려내어 시원한 된장 국물이 되듯이 우리도 누구엔가 시원한 국물이 되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소수서원 돌담길에도 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에도 숨어있을 냉이, 환한 한 마디의 말씀이 오랜 궁리와 연찬에서 솟아나듯이 청빙(淸氷)을 뚫..

시읽는기쁨 2013.01.17

냉이의 꽃말 / 김승해

언땅 뚫고 나온 냉이로 된장 풀어 국 끓인 날 삼동 끝 흙빛 풀어진 국물에는 풋것의 향기가 떠 있는데 모든 것 당신에게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에 찬 없이도 환해지는 밥상머리 국그릇에 둘러 피는 냉이의 꽃말은 허기진 지아비 앞에 더 떠서 밀어놓는 한 그릇 국 같아서 국 끓는 저녁마다 봄, 땅심이 선다 퍼주고도 다시 우러나는 국물 같은 냉이의 꽃말에 바람도 슬쩍 비켜가는 들, 온 들에 냉이가 돋아야 봄이다 봄이라도 냉이가 물어 주는 밥상머리 안부를 듣고서야 온전히 봄이다 냉이꽃, 환한 꽃말이 밥상머리에 돋았다 - 냉이의 꽃말 / 김승해 이 시를 읽고 시장에서 냉이를 사와 국을 끓였다. 시장에서 사온 봄은 비닐봉지 속에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그래선지 냉이의 향기가 조금은 허전했다. 따스한 햇볕 아래 호미를..

시읽는기쁨 2012.03.25

나도냉이

냉이 종류만도 스무 가지가 넘는다. 아직은 그들을구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냉이의 대부분은 흰색이지만 이 나도냉이는 노란색 꽃을 피운다. 또 다른 냉이에 비해 키도 크고 억세다. 처음 보았을 때 냉이라고는 전혀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도' 냉이라고 강변하는가 보다. 나도냉이는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서 잘 자란다는데 내가 본 곳도 주로 한강변이었다. 거의 1 m 가까이 되는 큰 키라 눈에 쉽게 띈다. 나도냉이, 이름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좀더 친해질 수 있겠다.

꽃들의향기 2010.05.09

는쟁이냉이

산에서 만나는 크고작은 흰색 꽃들은 종류도 많고 모양도 비슷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지난 천마산 등산에서 S가 시원하게 알으켜 주었다. 는쟁이냉이라는 꽃이었다. 꽃만 보면 전혀 냉이를 닮지 않아헷갈리기 쉽다. 키가 크고 옆으로 줄기도 많이 퍼져 있는데 적당한 크기의 흰꽃은 야하지도 그렇다고 촌스럽지도 않은 소박미가 있다. 멀리서 보기보다는 가까이서 보면 더욱 예쁘다. 는쟁이냉이는 산속의 그늘지고 물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 꽃이 피기 전 여린 잎은 '산갓'이라고도 부르는 귀한 나물이라고 한다. 그 맛이 상큼하다는데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다. 봄의 한가운데에 산속에서 군락을 이루며 하얗게 피어 있는 는쟁이냉이는 산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잠깐이라도 ..

꽃들의향기 2009.05.18

말냉이

냉이 종류가 무척 많은데 그들 사이를 구분하기가 만만치 않다. 전문가의 설명을 듣지 않고 도감만으로 확인하려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대부분을 그냥 냉이라고 부르며 두리뭉실 넘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말냉이는 특히 그 크기로 인해 쉽게 구별된다. 이게 냉이가 맞아 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다른 냉이류에 비해 두 배 이상 키가 크다. '말'이라는 말이 원래 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말' 자가 붙으면 다른 류에 비해 큰 놈이라는 뜻이다. 말벌이라는 이름이 비근한 예다. 그런 점에서 말냉이는 쉽게 기억할 수 있다고 본다. 꽃의 이름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주로 도감을 보며 스스로 확인하고 있으니 오류가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쉽게 알게 되면 쉽게 잊는..

꽃들의향기 2007.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