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억력이 형편 없다. 과거 뿐만 아니라 숫자, 이름 등 전방위적이다. 그래서 민망하고 실례되는 경우도 많다. 꽃이나 나무 이름도 마찬가지다. 해가 바뀌면 마치 처음 보는 것인 양 다시 도감을 꺼내든다. 도감에는 언제 어디서 보았다고 메모가 되어 있는데 도시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꽃과 나무 공부는 영원히 새롭게 계속된다. 산에서 이 누리장나무꽃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꽃이라고 환호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미 블로그에 올린 것이었다. 그것도 오래 전이 아니라 바로 작년이었다.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니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다. 누리장나무는 키가 2 m 안팎밖에 자라지 않는 작은키나무다. 여름이면 유난히 암술과 수술이 긴 흰꽃이 달린다. 생식기관을 이렇게 길게 내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