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장나무꽃 2

누리장나무꽃(2)

난 기억력이 형편 없다. 과거 뿐만 아니라 숫자, 이름 등 전방위적이다. 그래서 민망하고 실례되는 경우도 많다. 꽃이나 나무 이름도 마찬가지다. 해가 바뀌면 마치 처음 보는 것인 양 다시 도감을 꺼내든다. 도감에는 언제 어디서 보았다고 메모가 되어 있는데 도시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꽃과 나무 공부는 영원히 새롭게 계속된다. 산에서 이 누리장나무꽃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꽃이라고 환호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미 블로그에 올린 것이었다. 그것도 오래 전이 아니라 바로 작년이었다.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니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다. 누리장나무는 키가 2 m 안팎밖에 자라지 않는 작은키나무다. 여름이면 유난히 암술과 수술이 긴 흰꽃이 달린다. 생식기관을 이렇게 길게 내미는 ..

꽃들의향기 2011.08.25

누리장나무꽃

여름 산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밀려온다. 주위를 돌아보면 대개 누리장나무꽃을 볼 수 있다. 여름 숲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꽃이다. 나무에서 누린 냄새가 난다고 '누리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명칭처럼 그리 나쁜 냄새는 아니다.나로서는 구수한 숭늉 같은 향기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꽃은 길게 뻗은 수술과 암술이 특징이다. 아마 자가수분이 안 되게 하기 위해수술대를 저렇게 멀리 밖으로 내밀게 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그 모앙이 마치 고양이 볼에 난 수염처럼 길다. 별다른 꽃이 없는 여름 숲에서 이누리장나무꽃이 그 공백을 메워준다. 그래서 더 반갑고 고마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