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밀려온다. 주위를 돌아보면 대개 누리장나무꽃을 볼 수 있다. 여름 숲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꽃이다. 나무에서 누린 냄새가 난다고 '누리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명칭처럼 그리 나쁜 냄새는 아니다.나로서는 구수한 숭늉 같은 향기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꽃은 길게 뻗은 수술과 암술이 특징이다. 아마 자가수분이 안 되게 하기 위해수술대를 저렇게 멀리 밖으로 내밀게 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그 모앙이 마치 고양이 볼에 난 수염처럼 길다. 별다른 꽃이 없는 여름 숲에서 이누리장나무꽃이 그 공백을 메워준다. 그래서 더 반갑고 고마운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