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새겨진 내 이미지는 책이다. '책 읽는 할아버지'라고 하면 저희들끼리 통한다. 책'만' 본다고 할 때는 자기들과 안 놀아준다고 불만이 있을 때다. 사실 그렇다. 손주들과 놀아주는 것이 귀찮을 때 나는 책으로 도피한다. 방에 들어왔다가도 책 읽는 모습을 보면 슬그머니 나간다. 내가 손에 책을 들고 있다는 것은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사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볼 때는 방해하면 안 된다라는 게 불문율이 되어 있다. 손주나 아내나 누구나 마찬가지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핀잔을 받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침범받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영역이 있다. 나에게는 책을 읽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때는 세상을 떠나 온전히 나에게로 도피하는 시간이 된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보통의 내 또래에 비하면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