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 3

친구, 동지, 동무

친구 전일하게 다양해진 자본주의와 매고르게 신체화한 상업주의 속에서 부패하고 속물화한 인정투쟁의 일상을 살아 내고 있는 친구들은 그 가차 없고 삭막한 부가가치의 계단을 좇아 스스로를 파편화, 분열화, 원자화시키면서 신분상승의 꿈을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우리(!)의 친구들은, 오늘도 정실과 연고, 인맥과 학맥, 그리고 지역과 출신의 그늘을 쫓아다니면서 친구로서의 연대와 실천을 공고히 함을 통해 그 오래된 의리를 충량(忠良)하게 지켜 낸다. 스스로의 존재를 자본의 스케일 위에 환원/환산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친구들은 물화(物化)의 과정 속에 투신하여 '기계-남자'나 '도구-여자'로 변신, 또 변신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 속에 모여드는 친구에게는 동지들이 추구하는 대의나 이데올로기마저..

참살이의꿈 2013.09.07

동무와 연인

김영민 씨의 글을 읽으면 이름 그대로 영민함이 번뜩인다. 사물을 보는 관점이 신선하고 색다르다. 우리의 통속적인 관점을 가차 없이 또는 잔인할 정도로 조롱하고 가면을 벗긴다. 약간은 현학적인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그의 글에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번에 이라는 책을 읽었다. 한겨레에 연재되었던 내용을 묶은 것이라고 한다. 역사상에서 주목할 만한 동무나 연인, 사제 관계를 통해 인간관계의 진실을 얘기한 책이다. 서문은 이렇다. ‘동무는 불가능한 것을 가리킨다. 가능하지만, 오직 타락했으므로, 닿을 수 없으므로 가능해지는 사연들을 일컬어 연인이라고 부른다. 가족을 버리지 않으면 스승을 따를 수 없었던 경험처럼, 스승, 혹은 그 지평으로서의 동무의 불가능성을 증명해주는 세속의 덕으로 우리 모두는 친구를 ..

읽고본느낌 2008.05.30

옛 동무들과의 재회

초등학교 동창 모임은 늘 오순도순하며 즐겁다. 우리는 두 달에 한 번씩 만나는데 나는 5년여 모임에 나가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옛 동무들과 만나게 되었다. 학연 중에서도 아마 초등학교 동무들이 누구에게나 제일 허물없는 사이일 것이다. 지금의 사회적 지위나 가짐에 관계없이 당시의 천진난만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초등학교 동창들이다. 그것은 우리들이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를 6년 내내 거의 같은 반에서 다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임에서는 주로 옛 이야기가 화제가 된다.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예전 일들을 잘 기억하고 있는 동무가 있다. 담임 선생님의 성함이나 특징부터, 심지어는 우리들에게 읽어준 동화책의 제목까지도 기억하고는 우리를 그시절로 돌아가게 해준다. 내 머리 속에는 과거가 하얗게 바래버렸지만 ..

길위의단상 2007.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