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5

봉평 메밀밭

메밀꽃 축제를 앞둔 봉평은 이제 막 메밀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분위기는 덜 살아도 축제 전이라 한산해서 좋았다. 파란 가을 하늘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섰다. 그러나 강원도로 들어서니 잔뜩 흐려지면서 비까지 뿌리기 시작했다. 선재길을 걸으러 월정사에 갔더니 어제 내린 비로 길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벌써 세 번째다. 왠일인지 선재길과는 인연이 트이지 않는다. 대신 봉평에 들러서 마을 둘레길을 걸었다. 일찍 파종한 메밀은 꽃이 피기 시작했다. 둘레길은 이효석 문학관, 이효석 생가터 등을 지나 이효석 문학의 숲을 돌아오게 되어 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내내 비가 흩뿌렸다. 그러나 우산을 쓰고 산책하는 재미도 괜찮았다. 길은 중간에 끊어지기도 하는 등 관리 부..

사진속일상 2016.08.30

봉평 허브나라

봉평에 있는 허브나라농원은 예쁘게 꾸며 놓은 꽃정원이다. 한국 최초의 허브농원이고, 최고의 생태정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안에는 야외 공연장과 팬션도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아기자기한 동화의 나라에 들어온 듯 하고, 푸짐한 꽃 잔치에 초대 받은 듯도 하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어느 건물 벽에 걸려 있는 시 한 편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착역에서 당신이 걸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절망과 좌절에서 걸어 나오기를 미움과 증오에서 걸어 나오기를 불평과 불만에서 걸어 나오기를 열등감과 우월감에서 걸어 나오기를 수치심과 두려움에서 걸어 나오기를 우울과 무력감에서 걸어 나오기를 부정적인 생각과 허무에서 걸어 나오기를 봄은 겨울에서 힘차게 걸어 나오는 것들의 이야기입니다..

꽃들의향기 2013.09.13

메밀꽃

올해는 어머니가 메밀을 심으셨다. 산 비탈 남의 밭을 얻은 것이다. 있는 밭만 해도 일에 치여서 마음이 짠 한데 남의 밭이라니, 그런데 어머니는 노는 밭을 그냥 내버려두는 게 불편하셨나 보다. 그러나 자식 마음도 편치 않다. 이젠 적당히 일하고 당신의 삶을 찾으면 좋으련만, 오냐 오냐, 하면서도 몸은 언제나 논밭에 가 계신다. 하얀 메밀밭을 바라보는 심정이 답답했다.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라면 저 메밀꽃에서 가을의 서정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어머니의 땀과 노동이 먼저 떠오르기에 메밀꽃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도 다르게 느끼게 된다. 내가 감탄하는 그것에 다른 사람은 아플 수도 있음을 메밀밭 앞에서 배운다. 추석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문..

꽃들의향기 2010.09.27

서래섬 메밀밭

서울에서도 넓은 메밀꽃밭을 볼 수 있다. 한강 반포지구에 있는 서래섬 전체가 희고 붉은 메밀꽃으로 가득하다. 서래섬에는 때에 따라 봄에는 유채,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메밀이 피어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아직 봉평의 메밀밭을 가보지 못했는데 다행히 가까이에 이런 메밀밭이 있어 나로서는고마운 일이다. '대화까지는 80리의 밤길,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이 구절 때문인지 메밀꽃은 보름달빛 아래서감상해야 제 맛이 날 것 같다. 언젠가 보름달빛 아래서 허 생원처럼 강원도의 산길을 걸어볼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곳 서래섬을 제외한 반포지구 전체가 지금 공사중이다. 땅은 파헤쳐지고 중장비의 굉음이 시끄럽다. 전에 억새..

꽃들의향기 2008.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