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메밀꽃

샌. 2010. 9. 27. 11:41

 

올해는 어머니가 메밀을 심으셨다. 산 비탈 남의 밭을 얻은 것이다. 있는 밭만 해도 일에 치여서 마음이 짠 한데 남의 밭이라니, 그런데 어머니는 노는 밭을 그냥 내버려두는 게 불편하셨나 보다. 그러나 자식 마음도 편치 않다. 이젠 적당히 일하고 당신의 삶을 찾으면 좋으련만, 오냐 오냐, 하면서도 몸은 언제나 논밭에 가 계신다.

 

하얀 메밀밭을 바라보는 심정이 답답했다.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라면 저 메밀꽃에서 가을의 서정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어머니의 땀과 노동이 먼저 떠오르기에 메밀꽃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도 다르게 느끼게 된다. 내가 감탄하는 그것에 다른 사람은 아플 수도 있음을 메밀밭 앞에서 배운다.

 

추석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문막 부근을 지나는데 논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까만 색깔의 벼로 그림을 그려놓았다. 신기해서 자꾸 곁눈질을 하게 되었는데 정체로 느리게 움직여서 다행이었다. 메밀꽃 축제에 사람들이 몰리듯 이제 얼마 뒤면 쌀 축제가 열릴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 곡식의 수확보다는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여는 지갑으로 얻는 수입이 더 많을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변하는데 어쩔 수는 없다. 그러나 '쌀'이라는 본래의 가치가 잊혀지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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