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4

흰무릇

분홍색 무릇 사이에서 가끔 흰무릇을 볼 수 있다. 무릇이 청초한 새색시 같은 이미지라면, 흰무릇은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 같다. 가녀린 모습에 밴 슬픔이 안스럽다. 같은 꽃이라도 색깔에 따라 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그때 여름 밤골에는 무릇이 무더기로 피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맑은 햇살에 역광으로 반짝이던 무릇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지금은 이슬처럼 모든 게 사라져갔다. 꼭꼭 숨어 보이지도 않는 가녀린 두 잎에서 쏘옥쏘옥 살포시 어쩜 그리도 긴 긴 꽃대가 팔월 풀밭 구월 하늘 더미더미 무더기 송이송이 조르르 어쩜 그리고 고운 분홍꽃이 - 무릇 / 김종태

꽃들의향기 2013.08.28

중의무릇

무릇이라는 꽃이 있지만 중의무릇과는 피는 때나 생김새에서 아무 연관도 없다. 또한 무릇은 백합과인데, 중의무릇은 미나리아재비과이다. 그래서 이 꽃을 볼 때면 만들어진 이름의 연유가 궁금하다. 더구나 앞에 붙은 '중'이라는 말이 절의 스님을 나타내는 것 같은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 그럴 듯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봄이 오는 산에서 이 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어디 반갑지 않은 꽃이 있으랴마는 꽃의 세계에서도 희소성의 법칙이 적용되어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무래도 그 반가움의 정도가 덜하다. 중의무릇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 아니고 그리고 군락을 이루지도 않는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귀하게 여겨진다는 뜻이다. 연속으로 주말의 날씨가 궂다. 올해는 봄 꽃산행의 발길 횟수가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07.03.23

무릇

이른 아침 오솔길에 무릇이 곱게 피어났다. 먼 산은 안개에 잠겨있는데 아침 이슬에 함초롬히 젖어있는 무릇은 마치 수줍게 웃고 있는 소녀 같다. 키가 늘씬한 청순한 소녀의 웃음은 맑고 깨끗하다. 무릇은 긴 꽃대를 따라 분홍색 작은 꽃들이 달리는 여러해살이 풀로, 늦여름이면 우리 산하 어디서든지 쉽게 만날 수 있다. 녹색의 풀들과 어울린 색깔이 무척 곱다. 봄에 나오는 무릇 잎은 나물로도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이름이 무릇일까? 세상살이가 고달플지라도 무릇 사람이란 희망을 잃지 말라고, 고운 꽃 한 송이씩 꼭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으라는 뜻이 그 이름 속에는 담겨있는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0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