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현 2

정선 가는 길 / 박세현

1 걸어서 가보아야 할 땅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지명 신작로를 따라 터벅대며 가보아야 할 국토 작은 절망 큰 절망 풀뿌리처럼 엉겨사는 곳 봄이 오면 잊었던 꽃들 되살아오고 사람들 비탈진 밭에 나가 씨앗을 뿌리는 나라 씨앗은 그들의 한 됫박 숨찬 꿈이다 강원도 정선 사람의 이름으로 가보아야 할 마을 도라지꽃 같은 땅 삭은 부처 토막 같은 땅 자 이제 떠나자 우리의 여행에 끝없는 새 길이 열리기를 2 청량리발 정선행 10시 30분 사람들은 떠난다 손을 흔들며 손을 접으며 고개를 들고 고개를 숙이고 서울을 나간다 사내는 그들 틈에 끼어 떠나면서 다시 돌아올 기약을 잊는다 가자, 떠나는 자가 남아있는 자들을 전송하리라 죽은 자가 산 자를 제사 지내리라 가자, 오늘은 저 멀리 더 멀리 멀리까지 달려가자 다시 돌..

시읽는기쁨 2006.04.07

행복 / 박세현

오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다 나는 그 시대에 감히 행복이란 말을 적어넣는다 - 행복 / 박세현 정말 이런 시절이 있었을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만큼이나 지금은 황당하게 들린다. 그러나 요사이 쉴새없이 쏟아지는 뉴스의 내용이란 걸 살펴보면 왜 시인이 그 시대를 행복이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이 시는 노장사상의 '무위(無爲)'를 떠올린다. 세상은 점점 유위(有爲)로넘쳐나고, 그 속에서 무위의 삶이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도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결코 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개인의 행복은 사회 체제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뉴스가 없는 세상은 불가능할까? 뉴스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사..

시읽는기쁨 200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