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는 백수다.” 아내가 날 놀릴 때 쓰는 말이다. 앞의 백수는 일 없는 ‘백수(白手)’이고, 뒤의 백수는 백 살까지 산다는 ‘백수(百壽)’다. 퇴직하고는 마음 편히 놀고먹는 한량 생활을 하고 있으니 오래 살 거라는 반 비아냥이다. 퇴직을 하고 보니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컸다. 교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에 늘 시달렸다. 전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는 소의 심정이 태반이었다. 이제 거기서 해방되니 마음은 날 듯 가볍다.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대장증상도 사라졌다. 학교 밖에서 교단 붕괴 소식을 들으니 더 착잡하다. 남아 있는 동료들이 겪을 심적 고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어제도 지인으로부터 마음 아픈 얘기를 들었다. 요사이 아이들은 버릇이나 개념 없는 정도를 따질 단계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