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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흉터

내 얼굴 왼쪽 눈 옆에는 100원짜리 동전만 한 불그스름한 흉터가 있다. 20년 전 K 고등학교에 근무했을 때 생긴 것이다. 그때는 내 교직 생활 중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다. 안 하던 담임을 맡았는데 아이들과 늘 엇박자였다. 교과목 가르치는 것도 벅찬데 반에서는 연신 사고가 터지고 뒷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나 학부모와 코드가 맞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반대로 그쪽에서는 내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K 고등학교는 교사들 사이에 근무 희망 경쟁이 벌어지는 A급 학교였다. 학교 내에서도 서로 담임을 하려고 지저분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눈치가 빨랐으면 애초부터 담임 신청을 말았어야 했다. 한번 해 보지 뭐, 하다가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

길위의단상 2018.04.08

뱀은 여전히 두렵다

풀을 베러 현관을 나서는데 바로 앞에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여기가 뱀이 많긴 하지만 한낮에 이렇게 집 앞에까지 나와있는 것은 처음이다. 갑자기 뱀을 맞닥뜨려서 깜짝 놀랐다. 뱀도 놀랐는지 처음에는 꼼짝도 안 하다가 소리를 지르니 스르르 도망을 간다. 길이가 거의 1 m나 되는 큰 뱀이다. 뒤따라가며 위협을 해서 쫓아내었다. 뱀은 생긴 모양 자체가 징그럽고 섬뜩하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괜히 기분이 좋지 않고 적대적인 느낌이 든다. 특히 길을 가다가 갑자기 발 밑에서 뱀을 만나게 되면 공포심은 극에 달한다. 아마 우리들 유전자에는 뱀에 대한 경계를 위해 공포심이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선천적 본능이 아닐 수도 있다. 갓난아이를 데리고 밭일을 하러 나간 여자가 있었다. 아이를 ..

참살이의꿈 200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