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왼쪽 눈 옆에는 100원짜리 동전만 한 불그스름한 흉터가 있다. 20년 전 K 고등학교에 근무했을 때 생긴 것이다. 그때는 내 교직 생활 중 제일 힘들었던 시기였다. 안 하던 담임을 맡았는데 아이들과 늘 엇박자였다. 교과목 가르치는 것도 벅찬데 반에서는 연신 사고가 터지고 뒷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나 학부모와 코드가 맞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반대로 그쪽에서는 내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K 고등학교는 교사들 사이에 근무 희망 경쟁이 벌어지는 A급 학교였다. 학교 내에서도 서로 담임을 하려고 지저분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눈치가 빨랐으면 애초부터 담임 신청을 말았어야 했다. 한번 해 보지 뭐, 하다가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