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3

벌써 삼월이고 / 정현종

벌써 삼월이고 벌써 삼월이고 벌써 구월이다. 슬퍼하지 말 것. 책 한 장이 넘어가고 술 한 잔이 넘어갔다. 목 메이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 벌써 삼월이고 / 정현종 우주 만물과 현상은 쉼 없이 움직이며 변한다. 영원하거나 고정불변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찰나적 현상일 뿐 언젠가는 사라진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뒤숭숭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나와 우리 공동체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지 모른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슬픔과 근심, 치욕마저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목 메이지도 말자. 대신 노래하자. 벌써 삼월이다. 그리고 곧 구월이 될 것이다.

시읽는기쁨 2020.03.04

용서할 수 없는 습관에서 떠나라

1년 가까이 목욕탕엘 안 가고 있다. 귀 안에 있는 염증 때문이다. 그동안 수없이 이비인후과를 들락거렸지만 완치되지 않았다. 낫는 것 같다가도 이내 재발한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아주 상극이다. 그래서 병원 치료보다는 내가 고쳐보자, 하고 목욕탕 출입을 끊었다. 병원에서 쓰는 적외선 온열기도 샀다. 집에서 샤워도 드물게 하지만, 하고 나면 적외선으로 귀를 말린다. 덕분에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목욕탕에 가질 않으니 때를 밀 일이 없다. 처음에는 몸에 뭐가 기어다니는듯 스물거렸으나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 도리어 때를 미는 게 이상해 보인다. 이태리 타올을 사용하는 게 기분은 개운하지만 피부에는 좋을 것 같지 않다. 도살장의 털 뽑힌 돼지처럼 때밀이 앞에 누워 있지 않아도 되니 좋은 점이 더 많다. 반대로 ..

참살이의꿈 2013.02.18

모든 것은 지나간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현상계(現象界)는 무상(無常)의 세계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이 말만큼 우리 우주의 실상을 적절히 표현한 말도 없을 것이다. 우주는 변화하는 세계다. 삼라만상은 한 자리에 머무는 것이 없다. 사실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란 사물의 변화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알고 있는 원리마저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생성, 변화, 소멸을 되풀이하는 것이 물질계만은 아니다. 머리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온갖 생각들을 관찰해 보면 명멸하는 변화에 넋이 나갈 정도이다. 작은 우리의 삶 가운데서도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는다. 기쁨이 지나가면 슬픔이 찾아오고, 희열 뒤에는 고통이 따른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던 절망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간다. 불시에 찾아온 화(禍)가 어느새 복(福)으로 변하기..

길위의단상 200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