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벌써 삼월이고 / 정현종

샌. 2020. 3. 4. 11:48

벌써 삼월이고

 

벌써 삼월이고

벌써 구월이다.

 

슬퍼하지 말 것.

 

책 한 장이 넘어가고

술 한 잔이 넘어갔다.

 

목 메이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 벌써 삼월이고 / 정현종

 

 

우주 만물과 현상은 쉼 없이 움직이며 변한다. 영원하거나 고정불변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찰나적 현상일 뿐 언젠가는 사라진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뒤숭숭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나와 우리 공동체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지 모른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슬픔과 근심, 치욕마저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목 메이지도 말자. 대신 노래하자. 벌써 삼월이다. 그리고 곧 구월이 될 것이다.

'시읽는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를 쓰며 산다는 것은 / 조기영  (0) 2020.03.17
굴비 / 오탁번  (0) 2020.03.11
바닷가 늙은 집 / 손세실리아  (0) 2020.02.24
속 빈 것들 / 공광규  (0) 2020.02.19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 백석  (0) 2020.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