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삼월이고
벌써 삼월이고
벌써 구월이다.
슬퍼하지 말 것.
책 한 장이 넘어가고
술 한 잔이 넘어갔다.
목 메이지 말 것.
노래하고 노래할 것.
- 벌써 삼월이고 / 정현종
우주 만물과 현상은 쉼 없이 움직이며 변한다. 영원하거나 고정불변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찰나적 현상일 뿐 언젠가는 사라진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뒤숭숭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나와 우리 공동체를 돌아보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지 모른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슬픔과 근심, 치욕마저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목 메이지도 말자. 대신 노래하자. 벌써 삼월이다. 그리고 곧 구월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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