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름 2

쇠비름 비빔밥 / 조성순

입에 녹는 안심살, 감칠맛 돌가자미, 세상의 별난 음식 먹어봐도 몇 번이면 물리고 말지. 고구마밭 지심맬 제 이랑 고랑 지천으로 자라 뽑아도 뽑아도 질긴 생명력으로 힘들게 하던 쇠비름, 다른 놈들은 뽑아서 흙만 털어놓으면 햇볕에 말라 거름이 되는데 이놈은 말라죽기는커녕 몇 주 후라도 비가 오면 어느새 뿌리를 박고 살아나지. 하는 수 없이 밭고랑 벗어난 길에 던져놓아 보지만 오가는 발길에 수없이 밟혀 형체도 분간 못할 지경이 되고서도 비만 오면 징그럽게 살아나는, 시난고난 앓고 난 뒤, 먹고 싶었다. 푹 삶은 쇠비름, 된장 고추장 고소한 참기름으로 비빈 - 쇠비름 비빔밥 / 조성순 쇠비름을 보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중학생 시절 읍에서 외할머니와 둘이 살 때, 여름 별미는 된장으로 무친 쇠비름이었다. 보..

시읽는기쁨 2021.06.29

쇠비름

쇠비름꽃은 이번에 처음 보았다. 밭둑을 걸어가다가 발밑에 조그만 노란 꽃이 눈에 띄어 허리를 굽히고 보니 쇠비름꽃이었다. 뽑히고 발에 밟히며 농부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쇠비름도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운다는 걸 처음 알았다. 쇠비름이라면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맛의 추억이 있다. 중학교 다닐 때 외할머니는 이 쇠비름을 나물로 무쳐서 잘 해 주셨다. 보리밥에 고추장을 비벼 먹으면 몰랑하며 약간 미끌거리는 감촉과 함께 너무나 맛있었다. 당시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나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먹느냐며 의아해 했는데 그러나 한번 맛을 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뒤로는 이 나물을 맛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내에게 말했지만 한번 해먹어 보자고 대답하는데 아직 상에 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꽃들의향기 200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