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쇠비름

샌. 2006. 10. 8. 09:39

 

쇠비름꽃은 이번에 처음 보았다. 밭둑을 걸어가다가 발밑에 조그만 노란 꽃이 눈에 띄어 허리를 굽히고 보니 쇠비름꽃이었다. 뽑히고 발에 밟히며 농부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쇠비름도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운다는 걸 처음 알았다.

 

쇠비름이라면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맛의 추억이 있다. 중학교 다닐 때 외할머니는 이 쇠비름을 나물로 무쳐서 잘 해 주셨다. 보리밥에 고추장을 비벼 먹으면 몰랑하며 약간 미끌거리는 감촉과 함께 너무나 맛있었다. 당시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나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먹느냐며 의아해 했는데 그러나 한번 맛을 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뒤로는 이 나물을 맛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내에게 말했지만 한번 해먹어 보자고 대답하는데 아직 상에 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다시 맛보고 싶은 쇠비름 나물이다.

 

또한 이 쇠비름에는 종기의 독을 뽑아내는 약효가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살에 종기가 잘 났다. 그래서 이명래 고약은 집의 상비약이었다. 까만 고약을 떼어 불에 녹인 다음 종기에 붙여두면 간지러운 느낌이드는데 나중에 떼어내면 고름이 따라나오며 치료가 되었다. 종기가 뿌리채 뽑히는 것이다. 그 고약의 주성분이 바로 이 쇠비름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무엇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다. 다만 우리가 그 가치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처음으로 만난 쇠비름의 노란 꽃이 옛 생각을 나게 하며 더욱 귀하고 반갑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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