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는 가을의 향기를 담뿍 머금은 꽃이다. 쑥부쟁이, 벌개미취 등 통칭 들국화라 부르는 비슷한 꽃들이 많지만 구절초만큼 가을 분위기를 진하게 느끼게 해주는 꽃도 없다.
구절초는 처음 봉오리일 때는 연분홍이지만 나중에는 점점 흰색으로 변한다. 구절초의 흰색은 정갈하며 소박하다. 화장을 하지 않은 여인의 얼굴이랄까, 인위적으로 꾸민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 미인을 보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서 구절초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인간의 손에 의해많이 퍼진 탓이리라. 그만큼 구절초는 가을꽃으로 가장 사랑을 받는 꽃이다.코스모스 보다도 훨씬 더 향토적이며 고향 냄새가 난다. 시에서 처럼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꽃이다.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 구절초 / 박용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