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 5

잠원동 뽕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뽕나무 고사목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있다. 대략 조선 초기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잠실이라는 명칭이 넓게 사용된 것으로 보아 한강 남쪽은 양잠이 성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조선시대 왕가에서 누에를 기르고 보급하기 위한 신잠실(新蠶室)이 있던 곳이다. 서울시로 편입되기 전 지명이 경기도 시흥군 신동면 잠실리였다. 원래 뽕나무는 죽어 두 줄기의 형태만 남아 있다. 아이를 가지길 바라는 어느 여인네의 촛불로 인해 나무가 화마를 입었다 한다. 그러나 역사적 의미 때문에 서울시 기념물 1호로 지정되어 있다. 주위에는 '나무 사랑' '문화재 보호'같은 팻말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바로 옆에서 자라는 뽕나무는 연대가 훨씬 뒤지만 그래도 상당한 크기다. 옛날에는 뽕나무 숲이었을 ..

천년의나무 2011.09.21

두곡리 뽕나무

마을 입구에 큰 은행나무가 있는 상주시 은척면 두곡리, 안쪽으로 골목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오래된 뽕나무 한 그루를또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큰 뽕나무를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때 봄이면 누에치기로 바빴는데 그때 뽕나무밭의 뽕나무들은 가지를 쳐내는 통에 제대로 자랄 수가 없었다. 그런 경험 탓인지 뽕나무도 이렇게 느티나무처럼 거목으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이 항상 신기하게 느껴진다.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고 한다. 쌀, 곶감, 누에고치가 그러하다. 그런 양잠의 고장답게 이렇게 크게 자란 뽕나무가 남아 있다. 이런 거목으로서의 뽕나무는 세 번째 보게 된다. 강원도 정선 봉양리에 있는 뽕나무와 서울 창덕궁에 있는 뽕나무도 이런 거목이었다. 그런데 이곳 두곡리 뽕나무는 안내문에 수령이 ..

천년의나무 2010.07.24

창덕궁 뽕나무

농상(農桑)이라는 말이 있듯 옛날에는 농사 짓는 일과 누에 치는 일이야말로 무척 소중했다. 둘 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용품인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에치기는 요사이로 말하면 섬유산업에 해당된다. 그래서 궁궐에서 뽕나무를 만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창덕궁에는 수령이 400 년 된 뽕나무가 있다. 높이가 12 m, 둘레가 2.3 m에 이르는데 이만한 뽕나무는 궁궐에 있는 것으로는 가장 크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예전에는 창덕궁에 거의 천여 주의 뽕나무가 심어져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서 행한 행사가 친잠례(親蠶禮)인데, 궁에서는 왕비가 직접 뽕잎을 따고 누에에게 먹이는과정을 시연했다. 백성들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한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창덕궁에 남..

천년의나무 2007.11.22

봉양리 뽕나무

예전에 농촌에서 집집마다 누에를 칠 때 가장 수난을 받은 나무가 뽕나무였다. 잎이 돋으면 몽땅 따가고, 나중에 누에가 크면 아예 가지째 잘라서 누에밥을 주었다. 키가 크면 뽕잎을 따기가 불편하므로 뽕나무는 늘 줄기가 잘리고 옆으로만 가지를 내었다. 어렸을 때는 그게 뽕나무의 본모습인 줄 알았다. 다른 나무 같이 크게 자란 뽕나무는 상상할 수 없었다. 정선군청 앞에 있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뽕나무라고 한다. 키는 25m, 나이는 600살이나 되었다. 줄기 또한 어른 두 사람이 감싸안아야 할 정도로 굵다. 어렸을 때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큰 뽕나무는 무척 신기하다. 예전에는 이 지역이 상마십리(桑麻十里)라고 불렸다니, 뽕나무가 많았던 땅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두 그..

천년의나무 2007.10.09

밤골 뽕나무

터에 이웃한 밭에는 큰 뽕나무가 있다. 어릴 때 밭에서 가지만 무성하고 높이래야 고작 사람 키의 한두 배정도 되는 뽕나무만 기억에 나는 나로서는고목이 된이 뽕나무가 무척 신기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이걸 뽕나무로 맞추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뽕나무라는 걸 알려주면 모두들 놀란다. 뽕나무도 이렇게 클 수 있느냐고 되묻곤 한다. 지금은 누에를 키우는 농가가 없지만 옛날에 뽕나무는 농민들과 가장 가까운 나무였다. 어릴 적 고향에서는 집집마다 누에를 쳤다. 아마도 누에치기는 농가 수입의 중요한 몫을 담당했었던 것 같다. 어두침침하고 후덥지근한 느낌, 그리고 온 몸이 간질거리는 듯한 뽕잎 갉아먹는 소리가 나는 누에방의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새까만 누에알에서 시작하여 뽕나무를 ..

천년의나무 2004.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