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봉양리 뽕나무

샌. 2007. 10. 9. 10:28



예전에 농촌에서 집집마다 누에를 칠 때 가장 수난을 받은 나무가 뽕나무였다. 잎이 돋으면 몽땅 따가고, 나중에 누에가 크면 아예 가지째 잘라서 누에밥을 주었다. 키가 크면 뽕잎을 따기가 불편하므로 뽕나무는 늘 줄기가 잘리고 옆으로만 가지를 내었다. 어렸을 때는 그게 뽕나무의 본모습인 줄 알았다. 다른 나무 같이 크게 자란 뽕나무는 상상할 수 없었다.

 

정선군청 앞에 있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뽕나무라고 한다. 키는 25m, 나이는 600살이나 되었다. 줄기 또한 어른 두 사람이 감싸안아야 할 정도로 굵다. 어렸을 때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큰 뽕나무는 무척 신기하다.

 

예전에는 이 지역이 상마십리(桑麻十里)라고 불렸다니, 뽕나무가 많았던 땅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두 그루가 살아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안내문에 보면 제주고씨(濟州高氏 ) 중시조(中始祖)가 중앙에서 관직을 버리고 정선으로 낙향할 당시 옮겨다 심은 나무라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작부터 정원수로 고이 가꾸었던 나무일 수도 있다. 하필 뽕나무를 정원수로 택한 그분의 엉뚱함이 이렇게 후손들에게 좋은 선물을 남긴 셈이다. 하찮게 생각한 나무지만세월이 쌓이니 도리어 더 귀하게 되었다.

 

나무는 정선읍내 한가운데에 있어서 생육환경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튼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 뽕나무는 강원도 지방 기념물 7호로 지정되어 있다.

 




'천년의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량정사 고사목  (0) 2007.10.31
삼인리 팽나무  (0) 2007.10.20
연주암 고사목  (0) 2007.09.18
개평리 소나무  (0) 2007.09.08
화서면 반송  (0)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