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청량산에 있는 청량정사(淸凉精舍)는 송재 이우(1469-1517)가 조카들을 가르쳤던 건물이다. 퇴계 역시 13살 되던 해(1513)에 이곳에서 글을 배웠다. 원이름은 오산당(吾山堂)이었다고 한다. '나의 산'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청량산은 퇴계 가문에 속하는 산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청량산 일대는 퇴계와 인연이 깊다.
청량정사 바로 옆에 고사목 한 그루가 있어 그 옆을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여느 고사목과 달리 몸 전체가 검게 그을려 있어 화마의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불 탄 잔해지만 그 위용만으로도 감탄하게 되는데, 살아있었을 때 모습을 상상해보면 아래에 있는 청량정사와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나무에 불이 난 것이 6.25 때라고 하니까 벌써 50년도 더 되었다. 그런데도 나무는 아직 굳건히 버티고 서 있다. 거인의 흔적은 사라지는 데도 많은 시간이 요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