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연주암 고사목

샌. 2007. 9. 18. 13:10



생명을 받은 모든 존재는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있어 죽음은 무섭고 두렵다. 그것은 죽음의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고통과 상실감, 공포 의식 등이 원인일 것이다. 다른 생명들도 인간만큼 죽음을 삶의 대척점으로서 의식하는지는 의문이다.

 

인간의 죽음은 추하지만, 나무의 죽음은 아름답고 숭고하다. 죽은 인간 몸에서는 고약한 악취가 나지만, 썩어가는 나무에서는 숲의 향기가 난다. 그리고 나무를 보면 죽는다는 것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자연에 되돌려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에서 받은 것을 온전히 반납하는 것이다. 죽은 나무는 다른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 되며 영양분의 공급원이다. 자신의 죽음으로 다른 생명들을 살린다. 나무는 죽어서 다른 생물들의 삶으로 거듭나는것이다.

 

오랜만에 연주암에 올랐더니 예전에는 살아있었던느티나무가 지금은 죽어 고사목이 되어 있다. 줄기와 가지의 앙상한 모습이 아픈데, 죽어서도 늠름한 기상만은그대로이다. 줄기를 보면 제 수명을 다한 것 같지는 않은데 무슨 이유로 한창 때에 삶을 내려놓은 것인지 안타깝다. 그러나 워낙 큰 나무라 형해만 남은 모습에도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진다.

 

절에서 이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는 딴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무척 고맙게 생각된다. 절이라면 나무와의 인연을 그리 쉽게 베어내지는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죽은 나무의 가르침이 더 진실되게 가슴을 파고들 수도 있다. 이 고사목을 보면서 사람들은 삶의 덧없음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살아있는 세계는 죽어있는 세계를 바탕으로 세워져 있음을 볼지도 모른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친밀한 사랑의 감정을 기억하는 한 잊히지 않는 죽음을 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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