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 있는 개평리는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택을 비롯해 옛집들이 많이 남아있어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마을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다가 언덕 위에 있는 이 소나무를 발견했다.
소나무는두 그루가 있는데 하나는 마을쪽으로 굽어 있고, 다른 것은 마을 반대쪽으로 굽어 있다. 둘 다 꼬부랑 할머니처럼 줄기가 거의 90도 각도로 꺾여 있다. 마을쪽으로 굽은 나무는 쇠줄에 지탱되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넘어져 버릴 정도로 무게 중심이 심하게 아래쪽으로 쏠려 있다. 그런데 두 번째 나무는 죽어버린 듯 줄기와 가지만 앙상하다.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무척 아쉽게 느껴졌다.
안내문에는 이 나무가 처진소나무에 속하며 높이 16m, 둘레3m, 가지의 폭은 21m에 이른다고 되어 있다. 크기로 봐서는 두 번째 나무 같은데 지금 모습으로도 그 위용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는 풍천 노씨의 선조가 이곳에 들어오면서 심었다고 하는데 수령은 약 500년으로 추정한다.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를 당송(堂松)으로 부르며 여기서 동제(洞祭)를 지내고 가정의 안녕을 빌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나무를 소홀히 대하는지 나무의 생육이나 주변의 정리 상태는 깔끔해 보이지 않았다. 이 나무는 경상남도 기념물 211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