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7

생일

기념일을 챙기는 게 서툴다. 내 생일이 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특별히 무슨 날이라고 축하 받고 축하 하는 게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저 아는 척 모르는 척 자연스럽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어지간한 집이면 거실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이란 것도 그렇다. 하나같이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지게 느껴져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이렇게 행복하다고 또는 행복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직 그럴 듯한 가족사진이란 걸 찍어보지 않았다. 다 성격 탓이다. 명절이나 기념일이 불편해지는 건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해진다. 그래도 사람 사이의 정이란 게 있으니 그나마도 없으면 더 삭막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입장만 내세우다가는 도리어 상대방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 어..

길위의단상 2010.03.06

어머니 생신으로 고향에 다녀오다

이른 아침 산책을 하다. 아침 안개가 내려앉은 고향 마을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듯 조용하다. 갓 모내기를 한 논에서는 풋풋한 향내가 풍긴다.흙내음, 물내음이 섞인 그 냄새가 좋아 논둑길을 따라 걷는다. 모내기를 끝낸논을 흐뭇하게 바라보는농부의 마음이 되고 싶어진다. 어머니 생신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다. 어머님 생신은 형제와 친척들이 한 자리에 가장 많이 모이는 날이다. 스물 남짓 정도가 읍내 고깃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다. 마을을 지나 밭으로 가는 길이다. 인생길이 산 너머 산이요, 첩첩산중이다. 저 고개만 넘으면 목 축일 샘이 있고 쉬어갈 자리가 나오겠지 기대하지만 가보면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도리어 점점 험해지는 심산유곡이 기다리고 있다.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멈추지못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사진속일상 2009.06.01

생일 축하합니다

읍내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어머니의 생신 축하 모임이 있었다. 케이크에는 78을 의미하는 촛불이 켜졌다. 동생들과 가까이 사시는 친척분들이 함께 했다. 50대의 자식들이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처음에는 왠지 어색했다. 그런데 옆자리의 손님들까지 박수를 쳐주었고 케이크도 나누어 먹었다. 시골 음식점 풍경이 정겨웠다. 자꾸만 늙어가시는 부모님의 생일을 맞는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에서 도리어 위로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뒷풀이가 이어졌다.

사진속일상 2008.06.07

스물다섯 송이 장미

사람이 평균 수명을 산다고 할 때 부부가 같이 살 수 있는 기간은 대략 50년이 된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결혼 50주년이 되는 때를 금혼식으로 축하하고, 그 반이 되는 25년은 은혼식으로 해서 축하한다. 비록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긴 하지만 두 사람에게 있어 50과 25는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임에 분명하다. 아내에게 줄 목걸이 선물을 인터넷으로 고르다가 옆에 있는 동료에게 들통이 나 버렸다. 그래서 뜻하지 않게 멋진 남자로 오해를 받았다. 그런데 난생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선택하기도 어려운데다 배달 기간이 맞지 않아 결국 헤매기만 하다가 포기했다. 선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지라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아내에게 같이 나가서 골라 보자고 했더니 목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목걸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사진속일상 2006.09.08

아까시가 죽어간다

교정에 오래된 아까시나무가 있다. 고목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키도 크고 오래 되었다. 아까시의 수명이 40여 년 정도라니 이 나무의 나이도 그쯤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근래에 이 아까시의 나뭇잎이 노랗게 변하며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아까시나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건강 때문에 매일 산에 다니는 아내에게서도 같은 애기를 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노란 아까시 낙엽이 산길을 가득 덮고있더라는 것이다. 신문 보도를 보니 이런 현상은 이미 4, 5 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고 한다. 산림 관계자들은 이제야 관심을 가지고 원인 찾기에 나선 모양이다. 여기서도 천대 받는 아까시나무의 현실을 볼 수 있다. 만약 소나무나 다른 나무였다면 이렇게까지 무관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까시는..

사진속일상 2006.06.29

사람 노릇 하기

우리는세상에 태어나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세상과 관계를 맺는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관계의 폭은 점점 넓어진다. 부모, 부부, 자식, 형제자매, 친구, 이웃,동료, 친척, 동창, 고객 등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노릇을 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에서 일차적 관계인 부모 노릇, 자식 노릇 제대로 하기 조차 힘에 겨울 때가 많다. 신경을쓴다고 하지만늘 부족하고 미안하기만 한 것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노심초사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가족 행사가 의무방어전처럼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어머님과 장모님의 생신이 묘하게도 같은 날이다. 그래서 우리들 때문에 두 분의 생신은 매년 조정을 해야 한다. 대부분 한 주일 ..

사진속일상 200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