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머니 생신으로 고향에 다녀오다

샌. 2009. 6. 1. 11:04



이른 아침 산책을 하다. 아침 안개가 내려앉은 고향 마을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듯 조용하다. 갓 모내기를 한 논에서는 풋풋한 향내가 풍긴다.흙내음, 물내음이 섞인 그 냄새가 좋아 논둑길을 따라 걷는다. 모내기를 끝낸논을 흐뭇하게 바라보는농부의 마음이 되고 싶어진다.

 

어머니 생신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다. 어머님 생신은 형제와 친척들이 한 자리에 가장 많이 모이는 날이다. 스물 남짓 정도가 읍내 고깃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다.

 



마을을 지나 밭으로 가는 길이다.

 

인생길이 산 너머 산이요, 첩첩산중이다. 저 고개만 넘으면 목 축일 샘이 있고 쉬어갈 자리가 나오겠지 기대하지만 가보면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다. 도리어 점점 험해지는 심산유곡이 기다리고 있다.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멈추지못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살아갈 동력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우리 삶을 힘들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편견과 착각이다. 허상에 사로잡혀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고원망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른 이에게 향하는 감정이 결국은 자신을 갉아 먹는다. 자기 생각에 갇혀 혼자 안달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어머니 혼자 손수 지으시는 산속의 밭을 바라보다. 잡초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고추 이랑을 보며 농사에 쏟으시는 어머니의 정성을 읽는다.

 



다음날은 예초기로 산소의 풀을 깎다.밭 가운데 만든 산소는 여름만 되면 풀과의 전쟁이다. 고작 세 시간 정도 일을 했는데 몸이 녹초가 되다.

 





고향집 화단에 인동이 피었다.

 

고향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화제가 되었다. 불쌍하고 안 됐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생전에는 비난하던 사람들이 그렇게 애통해 하는 모습이 기이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스스로의 성찰과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눈물이라면 값싼 신파극을 보며 흘리는 눈물과 뭐가 다르겠는가. 이젠 집단적인 애도 열풍에서 한 발 물러서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우선이다.어제 봉하산 부엉이바위로 향하는 등산로는 수많은 인파로 넘쳐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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