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11

한적한 대공원 산림욕로

평일이지만 사람이 많으리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한적했다. 전에는 휴일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걷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서울대공원 산림욕로의 인기가 시들해진 모양이다. 세 시간 넘게 걷는 동안 마주친 사람이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간 소풍 겸해서 산길을 걸었다. 길이 좋아 아내는 등산화를 벗고 맨발로 걸었다. 지압이 되면서 땅의 기운을 받을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건강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기세다. 그런 적극적인 노력이 그나마 지금의 상태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온 몸이 벌레에 물려서 엉망이 되었다. 이놈들이 옷 속으로 기어들어온 모양이다. 쉼터에서 점심 먹을 때 모기 등의 날벌레들이 달려들어서 애먹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이유가..

사진속일상 2017.09.01

서울대공원 고사목

나무는 죽어서도 당당하다. 위엄을 잃지 않는다. 사람의 사체는 부패하면서 악취를 풍기지만, 나무는 향기를 낸다. 죽은 몸통은 온갖 곤충과 미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이 된다. 나무는 위대한 존재다. 서울대공원이 있는 자리는 옛날에는 과천면 막계리라는 작은 산골 마을이었다. 그 마을에 500살이 넘은 느티나무가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추수가 끝나면 이 나무 앞에 떡을 해놓고 제사를 지내며 복을 빌었다. 그런데 1984년에 서울대공원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떠나고 나무만 남게 되었다. 그마저 2010년 여름에 태풍 곤파스로 쓰러져 결국은 죽고 말았다. 지금은 그 형해만 남아 있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은 무엇인가. 나무는 죽었으나 죽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의 영혼은 우주를 감싸며 ..

천년의나무 2015.08.18

손주와 나들이

손주가 찾아와서 나흘째 머물고 있다. 한 번은 서울대공원으로, 또 한 번은 에버랜드로 나들이를 나갔다. 자기 의사 표시가 분명한 아이인데, 아직은 낯선 광경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나이다. 내년쯤이나 되어야 동물들과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두 군데 다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특히 에버랜드는 방학이 끝난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넘쳐났다. 밤이 될수록 더했다. 소음과 번쩍이는 조명에 나 역시 쉽게 적응이 안 되었다. 손주와 함께 나들이하는 건 기사에, 포터에, 지킴이가 되는 것. 그래도 즐거운 노동이라는 것.

사진속일상 2015.08.18

서울대공원 벚꽃

가까이 있는 서울대공원에 벚꽃을 보러 갔다. 평일인데도 상춘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화사한 벚꽃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는데 마음먹은 대로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흰 꽃은 적정 노출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 대략 셔터를 눌러도 예쁘게 나오는 꽃이 있는 반면, 어떤 꽃은 아무리 고심을 하고 찍어도 결과가 신통찮다. 나에게는 벚꽃이 들어간 풍경이 그렇다. 이때껏 제대로 찍어보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숙제는 다시 내년으로 미루어야 할까 보다.

꽃들의향기 2013.04.22

서울대공원 산림욕로 걷기

용두회 29차 모임으로 서울대공원 산림욕로를 걸었다.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꽃샘추위가 누그러진 날이었다. 이맘때쯤이면 서울대공원 벚꽃이 활짝 폈을 텐데 맺힌 꽃봉오리가 펴지지를 않고 있다. 벚꽃 축제가 시작된 여의도도 마찬가지다. 산천의 초목들이 전부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이미 봄의 방아쇠는 당겨졌다. 산길에는 귀룽나무의 초록색이 환했다. 대공원 안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 나온 가족들의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내 아이들 데리고 저렇게 대공원에 놀러다닌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할아버지 소리를 듣게 되었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원래는 한 바퀴를 돌 예정이었지만 오후에 결혼식에 가야 하는 일행이 있어서 반으로 단축했다. 그래도 세 시간이나 걸렸다. 이만한 길이가 오히려 지금의 내 몸에도 알맞다. ..

사진속일상 2013.04.13

서울대공원에서 봄향기에 취하다

아내와 함께 가까운 서울대공원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멀리 가지 않고도 봄 정취를 즐기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예년에 비해 개화 시기가 늦어서 벚꽃도 아직 볼 만했다. 오랜만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화창한 봄날이었다. 꽃보다도 더 예쁜 것이 수채화 물감으로 그린 듯한 봄산의 모습이다.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숲의 나뭇잎들이 만드는 색감은 그 얼마나 귀여운가. 꼬옥 깨물어주고 싶다. 마침 식물원에서 봄꽃 페스티발을 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꽃장식들이 눈길을 끌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들렀는데 건물 중앙에 새로 전시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밤나무를 소재로 해서 저렇게 완벽한 구형의 고리를 만들었다. 거친 나무가 마치 실크와 같은 부드러운 느낌으로 변했다. 참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작품 제목이 ..

사진속일상 2010.04.25

서울대공원 산림욕로를 걷다

두 번째 는 서울대공원 산림욕로를 걸었다. 서울대공원 입구에서 출발하여 청계산 중턱을 따라난 길을 걸어 다시 대공원 입구로 돌아왔다. 거리는 약 9 km, 걸린 시간은 5 시간이었다(10:30 - 15:30). 거리에 비해 긴 시간이 걸린 것은 30도 가까이 오른 더운 날씨 탓도 있었지만 산책로를 따라 핀 들꽃들과 눈맞춤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요했기 때문이었다. 연초록으로 물든 산은 귀엽고 예뻤다. 이때의 산색은 여느 꽃의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는다. 새 잎의 연초록을 보고 있노라면 싱그런 생명의 약동이 저절로 느껴진다. 산 중턱에는 아직도 산벚꽃들이 남아 초록의 물결 가운데서 화사한 자태를 자랑한다. 바람이 불면 흰 꽃잎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풍경은 전율을 일으킨다. 산길에는 하얀 꽃잎들이 점점이 깔려 ..

사진속일상 2008.04.19

서울대공원에서 가을에 빠지다

가을 휴가 사흘째, 오늘은 서울대공원에서 가을 정취에 푹 빠졌다. 서울대공원 길에 익숙한 아내가 안내인이 되어 대공원의 낙엽길과 산림욕장의 숲길을 한 바퀴 돌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비 속에서, 사르릉거리며 바닥을 굴러가는 낙엽들의 귀여운 모습들과 함께 한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할지 깨우쳐 준다 낙엽은 나에게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보게 한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 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 낙엽 / 이해인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

사진속일상 2007.11.09

서울대공원 왕벚꽃

어제는 서울대공원에서 단축마라톤 행사가 열려 다녀왔는데 마침 왕벚꽃 축제 중이어서 꽃구경도 겸할 수 있었다. 왕벚꽃은 수십 송이의 꽃이 한 무더기로 피어 탐스럽고, 색깔도 순백색으로 아주 화사하다. 일반 벚꽃과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관람객이 엄청 모여들기 시작해 한낮에 나갈 때쯤 해서는 넓은 길이 사람으로 뒤덮였다. 봄은 역시 꽃의 계절이다. 만개한 꽃을 보면 마음도 절로 환해진다 .세상사가 아무리 힘들고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존재의 감사함으로 가득차게 된다. 저 꽃나무 아래서만은 세상 시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06.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