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서울대공원 산림욕로를 걷다

샌. 2008. 4. 19. 19:13



두 번째 <토요 걷기>는 서울대공원 산림욕로를 걸었다. 서울대공원 입구에서 출발하여 청계산 중턱을 따라난 길을 걸어 다시 대공원 입구로 돌아왔다. 거리는 약 9 km, 걸린 시간은 5 시간이었다(10:30 - 15:30). 거리에 비해 긴 시간이 걸린 것은 30도 가까이 오른 더운 날씨 탓도 있었지만 산책로를 따라 핀 들꽃들과 눈맞춤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요했기 때문이었다.

 

연초록으로 물든 산은 귀엽고 예뻤다. 이때의 산색은 여느 꽃의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는다. 새 잎의 연초록을 보고 있노라면 싱그런 생명의 약동이 저절로 느껴진다. 산 중턱에는 아직도 산벚꽃들이 남아 초록의 물결 가운데서 화사한 자태를 자랑한다. 바람이 불면 흰 꽃잎들이 비처럼 쏟아지는 풍경은 전율을 일으킨다. 산길에는 하얀 꽃잎들이 점점이 깔려 있다.

 

서울대공원 산림욕로는 서울에서 가까이 있는 길 중에서 내가 다녀본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산길이다. 완만하게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부드러운 길은 7 km 가까이 이어진다.봄은 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아름다워 사계절 골고루 찾아와 즐길만한 길이다.아쉬운 점은 시원한 조망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과, 워낙 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길을 따라 가면서 만난 봄꽃들은 10여 종류가 되었다.제비꽃도 네 종류가 있었고, 매화말발도리는 처음 만났고, 그리고 이름을 확인하지 못한 꽃들도 여럿 있었다.

 


 

<현호색>

 

10여 년 전 사부님을 따라 처음 꽃공부를 따라 나섰을 때만났던 꽃이 현호색이었다.현호색은 꽃의 모양과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력이 형편 없는 나도 쉽게 알게 되었던 꽃이다. 꽃이 무엇과 닮았느냐고 물어보면 사람들 대답은 대개 비슷하다. 이 꽃에서는누구나 밝고 귀여운 느낌을 받게 된다. 좀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현호색의 합창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양지꽃>

 

함께 한 동료 중에 양지꽃을 이제야 알게 된 사람도 있었다. 우리나라 봄을 대표하는 이 꽃을 꼭 기억하고 앞으로도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봄맞이꽃>

 

이름도 예쁘고, 가운데 있는 노란 동그라미가 무척 아름다운 꽃이다. 전에 살았던 아파트 단지 안에는 봄이 되면 이 꽃이 무척 많이 피어 났었다.

 

 

<피나물>

 

피나물의 노란색은 밝고 곱다. 이렇게 고운 노란색은 어디서도 보기 힘들다. 숲에 피나물 군락이 있으면 온 숲이 다 환해지는 듯 하다.

 

 

<괭이눈>

 

열매 모양이 고양이 눈을 닮았다고 해서 괭이눈이라고 부르는 꽃이다. 가운데 사각형 모양의 노란 꽃이 무척 귀엽다. 이건 꽃이 작아 애기괭이눈이라고 해야 할까.

 

 

쉼터의 의자에서 점심을 먹는데 개똥쥐빠귀 한 마리가 겁도 없이 바로 발 아래까지 다가왔다. 등산할 때 가끔 청설모가 먹이를 달라고 가까이 온 적은 있었지만 새는 처음이었다. 빵 부스러기를 주었더니 맛있게 먹고는 아쉬움 없이 날아갔다. 그리고 이렇게 예쁘게 사진 모델이 되어주기까지 했다. 새가 스스럼없이 사람에게 접근한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그러나 인간의 먹이에 길들여지면 야생의 성질을 잊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각시붓꽃>

 

꽃도 좋지만 날렵하게 생긴 잎도 멋지다. 벌써 붓꽃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산괴불주머니>

 

현호색과의 하나로 꽃 하나의 모양은 현호색과 비슷하다.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한 해의 첫 만남은 늘 반갑다.

 

 

대공원 안에는 지금 꽃사과가 한창 피어나고 있다. 다른 봄꽃나무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난 뒤에 피는 터라 꽃사과꽃은 더욱 화려하고 화사하다. 마치 봄의 불타는 춘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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