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청계산에 오르다

샌. 2008. 4. 21. 13:03


자연은 마술사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옷 색깔을 바꾸는 마술사처럼 이즈음의 나무에서 돋아나는 새 잎들의 색깔 변화는 신기한 마술 그대로다.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의 색깔은 미묘한 변화를 연출한다. 사계절이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4월의 지금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산 위에서 초록과 연둣빛의 물결을 바라보노라면 그 안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봄 숲은 매혹적이다. 봄의 산길에서 나는 초록과 하나가 된다. ‘신록예찬’에 나오는 말대로 나의 안중(眼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다. 빨리 가자는 재촉이 없다면 몇 시간이고 앉아 이 봄의 향연에 함께 하고 싶다.


어제는 삼삼회 회원들과 청계산을 올랐다. 원터골에서 출발하여 매봉과 망경대, 이수봉, 국사봉을 거쳐 정신문화연구원으로 내려갔다. 청계산을 동에서 서로 종주한 긴 길이었다. 청계산은 전에 자주 다닌 산이었지만 이수봉 너머의 구간은 이번에 처음 걸었다. 서울 쪽은 1500개 계단이 이어지는 힘든 길이었지만 반대편은 완만한 경사의 흙길이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능선길 아래로 펼쳐진 신록의 물결이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쉽게도 길가의 꽃들은 흘깃 눈길만 주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산행 후 정신문화연구원에 근무하는 친구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뜰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친구들은 초등학교 6 년을 함께 보낸 동무들이다. 여름이면 냇가에서 홀딱 벗고 멱 감으며 놀았으니 말 그대로의 불알친구들인 셈이다. 허물조차 허물이 되지 않는 가장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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