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7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다

손주를 만나러 잠실에 간 길에 짬이 나서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마침 호수에서는 'Rubber Duck Project Seoul 2022'가 열리고 있었다. 대형 오리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러버덕은 네덜란드의 공공미술가인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동심을 일깨워준다. 그는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대상을 - 주로 동물 - 거대한 크기로 재현하는 작업을 한다. 러버덕도 높이가 18m나 된다. 작가는 거대하게 변한 오리를 보여줌으로써 인식의 전환을 꾀하고자 하는 것 같다. 자연 앞에서 왜소한 인간을 느껴보라는 것일까. 어쨌든 어른, 아이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여러 각도에서 찍어 보았다. 실제 호수 위의 오리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듯 저희들끼리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호..

사진속일상 2022.10.03

봄날은 온다

벚꽃을 기준해서 봄의 절정을 삼는다면 중부지방은 봄이 오고 있는 중이다. 아직 새벽 기온은 0도에 이를 정도로 차다. 올해는 예년보다 꽃 피는 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어서 중부지방 벚꽃은 이제 꽃봉오리가 벌어지고 있다. 잠실에 나간 길에 짬을 내 석촌호수에 들렀다. 벚꽃은 성질 급한 몇 그루에서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휴일이어선지 산책로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꽃 핀 나무를 힘들게 찾아서 롯데타워를 배경으로 몇 장 찍어 보았다. 둘씩 셋씩 동무해서 나온 젊은이들이 대다수였다. 평일이 되면 산책 나오는 연령대가 달라질지 모른다. 새로 산 휴대폰의 하이퍼랩스를 사용해 보았다. 코로나 시대라서일까, 사람들은 꽃에 더욱 굶주린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22.04.03

석촌호수 산책

서울에 나간 길에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두 시간의 여유가 있어 느릿느릿, 쉬엄쉬엄,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며 거북이걸음을 했다. 석촌호수의 정식 명칭은 송파나루공원이다. 원래 송파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한양에서 각 지방으로 이어지는 뱃길의 요지였다. 과거 잠실 쪽 한강에는 부리도(浮里島)라는 섬이 있었고, 한강이 두 갈래로 나누어져 흘렀다. 1971년에 부리도의 남쪽 물길을 폐쇄하고 섬을 육지화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때 막은 남쪽 물길이 지금의 석촌호수로 남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석촌호수 옆에서 3년 정도 살았다. 80년대 중반이었다. 그때는 휴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자주 놀러 나왔다. 송파나루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한 초기 단계였다. 아득한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공원 벤치에는 ..

사진속일상 2020.06.20

석촌호수 한 바퀴

봄 환절기에는 부음이 잦다. 인천 작은집에 다녀오는 길에 석촌호수에 들렀다. 버드나무 연초록 이파리가 돋아나는 호수길을 한 바퀴 돌았다. 석촌호수 벚꽃축제가 4월 1일부터 시작된다는데 너무 이르지 않나 싶다. 개나리는 피기 시작하는데 벚꽃은 아직 꽃망울 단계다. 공기는 매캐해도 봄을 맞으러 나온 사람은 많았다. 롯데월드타워가 4월 3일 개장을 앞두고 있다. 뒷말이 많았지만 이왕 만들어진 것,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명소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석촌호수 위를 지나는 잠실호수교 아래는 어둡고 칙칙했는데 최근에 예쁜 벽화로 새단장되고 있다. 마침 첫째가 이 작업을 주관하고 있어 유심히 바라보았다. 누수 문제가 잘 해결되어서 천장도 예쁘게 꾸밀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사진속일상 2017.03.31

롯데월드타워

잠실에 나간 길에 롯데월드타워 주변을 한 바퀴 돌다. 123층, 555m인 이 초고층 빌딩은 올해 말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완공되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된다고 한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마어마한 크기다. 처음 나왔던 조감도는 모양이 이상해 보였는데, 완성된 형태는 그런대로 날렵하고 세련돼 보인다. 초등학교 때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라고 배웠다. 1931년에 이미 102층의 건물을 지었으니 대단한 기술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 80년이 넘게 지나도 아직 높이 1km를 돌파하지 못했으니 그 분야에서의 발전은 느린 편이다. 1970년대에는 서울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 삼일빌딩이었다. 그때는 31층도 까마득한 높이였다. 삼일빌딩이 준공되고 구경 가서 "와-" 탄성..

사진속일상 2016.05.18

석촌호수 산보

저놈은 뭐길래 저리 힘차게 솟아오를까. 딱딱하게 발기하는 거시기 같기도 하고, 오만한 정치꾼이 물고 있는 시거를 닮아도 보인다. 바람에 흔들릴 줄도,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는 물건이다. 그렇지 않다면 저렇게 제 키만 높이지는 않을 것이다. 낮술을 식힐 겸 석촌호수를 산보했다. 조그마해진 사람들은 러닝머신에 선 것처럼 종종걸음을 쳤다. 별을 잊어버리고 하늘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쓸쓸해졌다. 밤에는 맹수에 쫓기는 꿈을 꿨다. 사자 우리에 갇혀서 도망 다니다가 결국은 먹잇감이 되었다. 비명을 지르다가 깼다. 그 뒤로 잠들지 못했다.

사진속일상 201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