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셋째 날,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났다. 잠만 잘 자도 여행의 피로가 가시고 몸이 가벼워진다. 젊었을 때는 아무 데서나 뒹굴며 잘 잤는데 나이가 드니 잠자리가 자꾸 까다로워진다. 베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정선과 원주를 지나도록 잡았는데, 도중에 정선 소금강과 원주 치악산을 들리기로 했다. 기암절벽이 이어지는 소금강 구간은 드라이브길로도 최고다.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동대천이 흐른다. 강원도에서는 이런 절벽을 '뼝대'라고 부른다. 치악산에 이른 건 해가 지는 저녁 때였다. 바삐 내려오는 사람들 사이로 구룡소까지 올라갔다. 낮이었다면 더욱 화려하게 반짝이는 단풍이었을 것이다. 무엇이 바빴는지 치악산 단풍 하나 제대로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치악산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