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하는 아내를 위해 세미원으로 연꽃 구경을 갔다. 장마중이라 비가 오락가락했다. 세미원에서는 연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꽃 풍년이 되면 오히려 빨리 식상해진다. 어렵게 꽃을 찾아내는 기쁨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도 말했다. "꽃이 많으니 그게 그거고, 심드렁해지네." 만약 이 넓은 데서 연꽃 한 송이만 피어 있다면 얼마나 애지중지 지켜볼 것인가. 꽃은 여일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하늘에 별이 많으면 별을 찾기 어렵고, 땅에 꽃이 많으면 꽃에 감탄하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