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3

세미원 연꽃

답답해하는 아내를 위해 세미원으로 연꽃 구경을 갔다. 장마중이라 비가 오락가락했다. 세미원에서는 연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꽃 풍년이 되면 오히려 빨리 식상해진다. 어렵게 꽃을 찾아내는 기쁨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도 말했다. "꽃이 많으니 그게 그거고, 심드렁해지네." 만약 이 넓은 데서 연꽃 한 송이만 피어 있다면 얼마나 애지중지 지켜볼 것인가. 꽃은 여일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하늘에 별이 많으면 별을 찾기 어렵고, 땅에 꽃이 많으면 꽃에 감탄하기 쉽지 않다.

꽃들의향기 2014.07.27

관곡지의 연꽃

성남에 간 길에 관곡지에 들러 연꽃을 보다. 네 안에 내가 있다고 금세 주먹만한 눈물 쏟아낼 듯 울먹이는 너를 보면서 믿을 수 없었다 보내지 않으려고 집착 같은 투정이라고 애써 외면하고 떠나온 길 관곡지 연꽃 속에서 마주 한다 얼마를 더 아파야 껍질을 뚫고 나온 저 황홀한 가시연꽃처럼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여린 듯하면서도 단숨에 잡아채는 빛깔에 넋을 잃는다 - 가시연꽃 / 한명숙

꽃들의향기 2009.08.03

수련

기회가 된다면 수련을 키워보고 싶다. 작은 연못을 하나 만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입이 넓은 그릇에 물을 담고 수련을 띄워 거기에 작은 꽃이 피어난대도 좋겠다. 한여름의 물 위에 넓고도 여유롭게 떠있는 잎사귀는 거울처럼 윤기가 있고, 그 사이에 한두 송이 청초하게 피어있는 수련을 보면 온갖 마음의 시름이 다 잠들 것 같다. 그래선지 수련은 한자로 水蓮이 아니라 잠잘 수자로 된 睡蓮이다. 마음의 걱정과 시름을 잠재워 준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수련을 키워본 사람의 얘기로는 수련의 지는 모습이 무척 예쁘다고 한다. 처음 꽃봉우리였을 때처럼 꽃잎을 여미고 나서는 소리도 없이 물 밑으로 자취를 감추는데, 그 마지막 모습이 그렇게 단아하고 우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상으로만 그려 보는 것이지만 수련이..

꽃들의향기 200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