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4

새로운 가난이 온다

철학자인 김만권 선생이 쓴 책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선생은 제2 기계 시대로 부른다. 이전 시대의 증기나 전기 에너지에 의한 산업혁명을 하나로 묶어 제1 기계 시대라 하고, 디지털과 AI에 의한 혁명을 제2 기계 시대라 명칭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만큼 제1 기계시대와 구분되는 근본적이면서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불안을 야기한다. 제2 기계 시대를 맞는 우리의 불안은 대체로 셋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 둘째, 기계가 마침내 우리를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셋째, 기계가 우리의 일자리를 가져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선생은 다가오는 시대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헤쳐나가자고 한다. 첫..

읽고본느낌 2024.02.14

나의 올드 오크

영국 북동부의 작은 마을에 시리아 난민인 여러 가족이 이주해 온다. 폐광촌으로 시들어가는 마을이라 안 그래도 불만이 가득한데 무슬림 이주민이 온다니 주민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올드 오크(Old Oak)'라는 펍을 운영하는 TJ는 달랐다. 그는 이주민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사진작가가 꿈인 난민 소녀 야라와 국적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나의 올드 오크'는 사회성 짙은 소재를 영화로 다루는 켄 로치 감독의 최근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빈민과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감독의 세계관이 직설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번에는 국제적 이슈인 난민 문제와 원주민과의 갈등을 다루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듯이 사회적 약자들은 연대하지 못하고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원주민이 난민을..

읽고본느낌 2024.02.01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담쟁이 / 도종환 2009년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이 시가 내 인생에서 꼭 간직하고 싶은 시 1위를 차지했다. IMF 구제금융 이후부터 이 시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위안과 용기를 주는 이런 시를 찾았을 것이다...

시읽는기쁨 2012.07.25

군무 / 도종환

우포늪에서 무리지어 내려앉는 새떼를 본 적이 있다 분홍빛 발갈퀴를 앞으로 뻗으며 물 위에 내리는 그들의 경쾌한 착지를 물방울들이 박수를 튀기며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을 물든 하늘 한쪽에 점묘를 찍으며 고니떼가 함께 날아오르자 늪 위를 지나가던 바람과 낮은 하늘도 따라 올라가 몇 개의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먹고 사는 일이 멀리서 보는 것과 달라서 그리 녹녹한 일은 아니지만 그들의 눈은 맹금류처럼 핏발 서 있지 않았다 솔개나 올빼미가 뜰 때는 주변의 공기도 팽팽하게 긴장을 하고 하늘도 일순 호흡을 멈추며 피 묻은 부리와 살 깊숙이 파고들어간 날카로운 발톱을 주시하는데 물가의 새들은 맹금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만이 자연의 법칙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고 ..

시읽는기쁨 2009.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