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북동부의 작은 마을에 시리아 난민인 여러 가족이 이주해 온다. 폐광촌으로 시들어가는 마을이라 안 그래도 불만이 가득한데 무슬림 이주민이 온다니 주민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올드 오크(Old Oak)'라는 펍을 운영하는 TJ는 달랐다. 그는 이주민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사진작가가 꿈인 난민 소녀 야라와 국적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나의 올드 오크'는 사회성 짙은 소재를 영화로 다루는 켄 로치 감독의 최근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빈민과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감독의 세계관이 직설적으로 드러나 있다. 이번에는 국제적 이슈인 난민 문제와 원주민과의 갈등을 다루었다.
영화에서도 언급되듯이 사회적 약자들은 연대하지 못하고 서로를 적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원주민이 난민을 배척하는 심리도 마찬가지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서로 보듬어주며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위로 향해야 할 분노가 이웃에게로, 아니면 나보다 처지가 못한 사람에게로 전이하는 것이다. 영화는 이 점을 주목하면서 약자들이 연대하며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의 올드 오크'는 슬프지만 따스한 영화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서로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이 아닐까. 또한 아픔을 가진 사람만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다. TJ가 난민에게 먼저 마음을 연 것은 그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잘 나가는 사람들이 아래로 눈을 돌리기는 힘든 일이다.
영화의 무대는 탄광이 잘 될 때는 번성했지만 지금은 영락해서 보수적이고 폐쇄적이 된 마을이다. 주민들의 마음은 완고하게 굳어져 있다. 매일 펍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이때 찾아온 시리아 난민들은 희생양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녹인 것은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려는 TJ와 야라의 노력이었다. 둘은 지역 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주민과 난민들이 함께 어울리고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탄광 노조의 구호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함께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When you eat together, you stick together]."
연대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이 영화는 켄 로치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감독의 나이가 이미 아흔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사회의 그늘진 곳으로 향하는 감독의 따스하면서 한결 같은 시선이 고마웠던 영화 '나의 올드 오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