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구 6

장자[216]

장자가 장차 죽으려 하자 제자들이 후한 장례를 치르려 했다. 장자가 말했다. "나는 천지로 관곽을 삼고 일월로 구슬을 두르고 별들로 거울을 삼았고 만물로 제물을 삼았으니 이미 장례를 다 준비했거늘 어찌 부족하다 하며 무엇을 더하려 하느냐?" 제자가 말했다. "까마귀와 솔개가 선생을 뜯어 먹을까 염려됩니다." 장자가 말했다. "위에 있으면 까마귀와 솔개의 밥이 되고 아래에 있으면 땅강아지와 개미의 밥이 되어야 하거늘 이들에게서 빼앗아 저들에게 주려 하니 어찌 편벽됨이 아니겠느냐?" 莊子將死 弟子欲厚葬之 莊子曰 吾以天地爲棺槨 以日月爲連璧 星辰爲珠璣 萬物爲재送 吾葬具 豈不備邪 何以加此 弟子曰 吾恐烏鳶之食夫子也 莊子曰 在上爲烏鳶食 在下爲루蟻食 奪彼與此 何其偏也 - 列禦寇 6 생사를 초월한 장자의 스케일이 느껴지..

삶의나침반 2012.08.20

장자[215]

어떤 사람이 송왕을 알현하고 수레 열 대를 하사받았다. 그는 유치하게 이를 장자에게 자랑했다. 장자가 말했다. "황허 위에 가난한 사람이 살았는데 갈대로 발을 짜서 먹고살았다. 그 아들이 연못에 들어갔다가 천금을 구슬을 얻었다. 그 아비가 아들에게 일러 말했다. '돌을 주워다가 구슬을 부수어버려라! 이 천금의 구슬은 깊은 연못에 사는 검은 용의 턱 밑에 있었는데 네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용이 잠잘 때 만난 때문이다. 만일 네가 용을 깨웠다면 너는 어찌 가루나마 남아 있겠느냐?' 지금 송나라의 깊음은 연못의 깊음으로는 당할 수 없고 송왕의 사나움은 용의 사나움으로도 당할 수 없다. 그대가 열 대의 수레를 얻은 것은 반드시 송왕이 잠들었을 때일 것이다. 만약 그대가 송왕을 깨웠다면 그대는 가루로 부서졌..

삶의나침반 2012.08.13

장자[214]

노나라 애공이 안합에게 물었다. "나는 공자를 나라의 동량으로 삼으려 하는데 그러면 나라가 나아지겠는가?" 안합이 말했다. "매우 위험합니다. 공자의 방술이란 깃털을 꾸미고 채색하는 것입니다. 그의 사업은 말씀을 화려하게 꾸미고 갈래로 나누는 것을 종지로 삼습니다. 천성을 잘라내는 것을 백성에게 본받도록 하고 받아들임은 마음이요, 주재함은 정신임을 알지도 믿지도 않습니다. 그런 그가 어찌 백성을 중하게 여기겠습니까? 공자는 그대의 벗이므로 제가 공자를 두둔한다면 그대를 오도함이 분명합니다. 실질을 떠나 백성을 거짓되게 가르치는 것은 백성을 돌보는 행위가 아닙니다. 후세를 위해 고려한다면 그를 채용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 좋습니다." 魯哀公問於安闔曰 吾以仲尼爲貞幹 國其有廖乎 曰殆哉급乎 仲尼方且飾羽而畵 從事..

삶의나침반 2012.08.11

장자[213]

송나라에 조상이란 자가 송왕을 위해 진나라에 사자로 갔다. 왕진을 가면 여러 대의 마차를 얻는데 진나라 왕에게 유세하고는 백 대의 마차를 더 얻었다. 송나라로 돌아와 장자를 만나서 말했다. "대저 선생처럼 궁벽한 마을의 좁은 골목에서 곤궁하게 신발을 깁고 마른 목덜미에 누렇게 뜬 얼굴을 하는 짓은 저로서는 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만승의 군주를 한 번 깨우쳐주고 백 대의 수레를 따르게 하는 것이 장기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진나라 왕은 병이 나면 의사를 부르는데 종기를 째고 고름을 빠는 자는 마차 한 대를 얻을 수 있고 치질을 핥으면 다섯 대의 마차를 얻는다고 한다. 그리고 치료하는 곳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얻는 마차도 많아진다고 한다. 그대도 치질을 빨았는가? 어찌 얻는 마차가 많은가? 당장 ..

삶의나침반 2012.07.20

장자[212]

성인은 자연에 맡기는 것을 편안해하고 맡기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연에 맡기지 않는 것을 편안해하고 자연에 맡기는 것을 불안해한다. 聖人安其所安 不安其所不安 衆人安其所不安 不安其所安 - 列禦寇 2 성인이 가는 길은 일반 사람들과 반대다. 사람들이 계단을 내려갈 때, 성인은 올라간다. 사람들이 "예스" 라고 할 때, 성인은 "노" 라고 한다. 사람들이 넓은 길을 갈 때, 성인은 좁은 길을 찾는다. 성인이란 편안한 자리를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이다. 반면에 사람들은 편안한 자리를 불안하게 느낀다. 그런 가치전도적 상황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장자는 이것을 '하늘에서 도망치려는 형벌'[遁天之刑]이라고 불렀다.사람들이 희희낙낙하는 것은 형벌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가 차라리 고맙다고 할까.

삶의나침반 2012.07.05

장자[211]

기술이 좋으면 수고롭고, 지혜로운 자는 근심이 많은 것이다. 능함이 없는 자는 구함도 없으니 배부르게 먹고 맘대로 노닌다. 물결 따라 떠가는 배처럼 묶이지 않고 비어 있는 것이 맘대로 노니는 자다. 巧者勞而知者憂 無能者無所求 飽食而敖遊 汎若不繫之舟 虛而敖遊者也 - 列禦寇 1 앞부분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열자가 제나라로 가다가 되돌아오던 중에 백혼무인을 만났다. "그대는 무슨 잘못된 일이 있어 되돌아왔는가?" "제게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로 놀랐는가?" "제가 열 집에서 음식을 사 먹었는데, 다섯 집에서는 돈도 받지 않고 대접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고 존경하는 것을 접하고 열자는 도리어 두려워했다. 장사치들이 이렇게 하는데 나중에는천자가 정사를 맡기고 공적을 이루라고 ..

삶의나침반 201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