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노히로시 2

I was born / 요시노 히로시

틀림없이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느 여름, 아버지와 함께 절 경내를 거닐고 있을 때 푸른 안개 속으로부터 피어 나오듯 하얀 여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른하고도 차분하게 천천히. 여자는 몸이 무거운 것 같았다. 아버지의 눈치를 의식하면서도 나는 여자의 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머리를 밑으로 향한 태아의 유연한 움직임을 배 언저리에서 연상하면서 그것이 이윽고 이 세상에 태어날 신비로움에 빠져 있었다. 여자는 지나갔다. 소년의 상상은 비약하기 쉽다. 그때 나는 '태어난다'는 것이 확실히 '수동'이라는 이유를 문득 이해했다. 나는 흥분하여 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 역시 I was born 이군요. 아버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나는 되풀이했다. - I wa..

시읽는기쁨 2007.12.03

저녁놀 / 요시노 히로시

항상 그렇듯이 전철은 만원이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젊은이와 아가씨가 앉아 있고 노인은 서 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가씨가 일어나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허둥지둥 노인이 앉았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노인은 다음 역에서 내렸다 아가씨는 앉았다 다른 노인이 아가씨 앞으로 옆쪽 틈새에서 밀려왔다 아가씨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 자리를 그 노인에게 양보했다 노인은 다음 역에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내렸다 아가씨는 앉았다 두 번 일어난 일은 또 일어난다는 말 그대로 다른 노인이 아가씨 앞으로 또 밀려왔다 가엽게도 아가씨는 고개를 숙이고 그리고 이번에는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다음 역도 그 다음 역도 아랫입술을 꾹 다물고 긴장된 몸은 굳어졌고... 나는 전철에서 내렸다 몸을 힘을 주고 고개를 숙이고 아..

시읽는기쁨 2007.12.01